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자신의 회고록을 ‘기억 착오’라고 비판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에 대해 재반박하고 나섰다. 그러나 양측 모두 근거 자료 제시 없이 기존의 주장을 반복해 진실 공방이 쳇바퀴를 돌고 있는 양상이다.
송 전 장관은 24일 총장으로 재직중인 북한대학원대학을 통해 입장 자료를 내고 “문 실장은 그해 8월 남북정상회담 추진위원장을 맡아 정상회담 준비는 물론 정상회담 후에도 안보 관련 일련의 주요 후속 조치에 대한 회의를 실질적으로 관장했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가 전날 회고록에 대해 “안보실장이 주재한 회의를 마치 제가 주재하여 결론을 내린 것처럼 기술하는 중대한 기억의 착오를 범했다”고 주장한 것을 반박한 것이다.
송 전 장관은 이어 “현재 정쟁의 발단은 11월 20일 저녁 싱가포르 대통령 숙소에서 남북채널로 확인한 북측 반응을 백종천 안보실장이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이어 대통령이 결정을 내리는 상황에 관한 것”이라며 “문 전 대표가 이날 결정에 이르기까지 본인이 취한 조치에 대한 자신의 기억과 기록을 재차 확인해보는 것이 좋을 듯 하다”고 밝혔다. 2007년 11월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결정 과정에서 북한의 의견을 확인했다는 회고록 내용을 재차 강조하면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문 전 대표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송 전 장관은 또 기권 결정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재한 11월 16일 회의에서 이뤄졌다는 문 전 대표 측 주장에 대해서도 “저자가 찬성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대통령이 저자의 11월 16일 자 호소 서한을 읽고 다시 논의해보라고 지시한 것은 최종 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송 전 장관은 다만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의 대북 정책은 그 방향과 정책구도에서 맞았으나 집행과정에서 정권의 시한에 쫓겨 서두른 점이 있었다”면서 “지난 9년간은 대북정책의 구도마저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고 노무현정부의 대북 정책을 옹호하는 입장을 취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이날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을 통해 “명백히 말하건대 당시 남측은 우리측에 인권결의안과 관련한 의견을 문의한 적도 기권하겠다는 입장을 알려온 적도 없다”며 회고록 논란에 대한 첫 반응을 보였다. 송 전 장관과 여당 측 주장대로 자신들에 대한 ‘사전 문의’도 없었고 문 전 대표측 주장인 ‘사후 통보’도 없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는 “누가 물어봤나?”면서 “북한은 우리 정치에 어떤 형식으로든 개입하지 말라, 새누리당이 쓸데 없는 짓을 하니까”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김경수 의원을 통해 전했다. 통일부도 “불순한 의도를 지닌 일방적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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