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며칠간 별일 없었어요? 그 동안 있었던 재미난 이야기 좀 해주세요”
24일 오후 충남 천안시 성환읍 이화시장.
대학생 2명이 시장 통로 노점에서 채소를 팔고 있는 할머니들에게 다가가 사탕과 쌀 과자를 전하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할머니들은 마치 손녀를 맞이하듯 환한 웃음을 지으며 “며칠 안 본 사이 더 예뻐졌네”하며 옆에 앉으라고 손짓했다. 시장 옆 도로에서는 서너 명의 여학생들이 집게를 들고 다니며 담배꽁초와 빈 페트병을 쓰레기봉투에 담았다
이들은 남서울대(총장 공정자) 자원봉사동아리 ‘정(情)주나’ 에 소속된 학생들이다. 학생들은 사회복지를 전공하는 특성 탓에 여느 학과생보다 자원봉사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모두 서울ㆍ경기지역에서 통학을 하다 보니 정작 학교 주변에서의 봉사활동은 상대적으로 빈약했다.
학교가 위치한 성환읍의 주민 수는 4만명 수준으로 이 가운데 남서울대 재학생 수가 1만명을 헤아린다. 대학이 지역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그만큼 크다. 그러나 학생 대부분 이 외지에서 통학해 지역사회와 주민간 소통이 부족했다. 전철을 이용하는 학생마저 성환역에서 내리면 학교셔틀버스에 바로 올라 주민과 교류는 사실상 전무하다시피 했다.
이런 현실에 눈을 뜬 사회복지학과 학생 30여명이 지난 4월 주민과 소통의 폭을 넓히자며 봉사 동아리를 만들었다. 동아리 결성 이후 회원들은 적어도 1주일에 한 번씩 읍내를 가로질러 걸어서 등하교를 하고 있다. 주민과 소통한다는 의미의 출발점인 셈이다. 동아리는 주민과 접촉이 쉬운 성환읍내와 재래시장을 봉사활동 장소로 정했다. 동아리 회원 8명은 ‘읍내마실’이란 소모임을 만들어 길거리 청소와 노점상 할머니들의 ‘말벗 되어주기’ 봉사에 나섰다. 학생들은 미리 준비한 과자와 사탕, 요구르트 등을 주민에게 건네며 다가섰다.
봉사활동 초기만해도 주민들은 학생들의 거리 인사에 어색해 했다. 하지만 매주 2회씩 변함없이 이어지면서 주민들도 마음을 열고 반갑게 맞아주고 있다. 노점상 할머니들은 “손녀 같은 학생들이 찾아올 시간이 됐는데…”라며 정주나 회원들의 방문을 손꼽을 정도다. 일부 가게에는 주민과 학생들이 함께 찍은 사진이 내걸렸다.
평소 재래시장을 찾지 않던 남서울대 학생들도 시장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소소한 쇼핑을 즐기는 새로운 풍경이 피어났다. 상인들은 학생들에게 6,000원짜리 국밥을 4,000원에 제공하며 화답했다.
학생들은 지난 1일 이화시장에서 주민들을 초청해 읍내잔치를 열었다. 학과 내 음악봉사동아리 ‘음악대장’과 함께 공연하고, 자신들이 만든 음식도 대접하며 주민과 하나가 됐다. 잔치에 참석한 주민들은 학생들과 함께 손가락 하트 기념사진을 찍으며 기뻐했다.
임성원(사회복지학과 2년) 정주나 회장은 “봉사활동 초기 주민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지만 지금은 마음을 열고 언제나 반갑게 맞아 주신다”며 “봉사활동을 통해 주민과 소통의 폭을 넓히면서 오히려 지역 어른들로부터 배우는 게 많다”고 말했다.
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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