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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교수 “통섭이 엄청난 풍요를 가져다 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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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교수 “통섭이 엄청난 풍요를 가져다 줄 것”

입력
2016.10.24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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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국립생태원장 겸 이대 석좌교수는 "시대가 달라진 만큼 이과와 문과로 나누는 교육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생태원 제공
최재천 국립생태원장 겸 이대 석좌교수는 "시대가 달라진 만큼 이과와 문과로 나누는 교육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생태원 제공

“번식을 멈추고도 오랫동안 살아서 버텨야 하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앞으론 90세 100세까지 살아야 하니, 20대에 대학에서 전공 하나 배우고 직업 하나 가져서야 어떻게 살 수 있겠습니까. 대학도 학생들이 여러 직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문과와 이과의 장벽을 없애고 폭넓은 교육을 해야 합니다.”

인문ㆍ예술 계열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의 사회진출을 돕기 위한 무동학교 교장을 맡은 최재천(62) 국립생태원장 겸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24일 이렇게 말했다. 무동학교는 취업 시장에서 이공계 출신들에게 점점 밀려나며 ‘문송하다’(문과라서 죄송하다는 뜻의 신조어)고 자탄하는 인문학 졸업생을 위한 곳이다. 정보통신기술(ICT), 생명과학, 경제경영 등 폭넓은 교육의 기회를 무료로 제공하는 이 학교는 올 상반기에 1기 과정을 마쳤고 29일까지 2기 신입생을 모집해 내달 초 6주간의 수업을 시작한다. 강의는 서울 종로구 필운동 컬처컴퍼니 썸 강의실에서 열린다.

충남 서천군에 자리한 국립생태원장에서 근무하는 최 교수는 여러 차례 교장직 제의를 고사하다 수락했다. “제가 대학 다닐 때보다 요즘 학생들이 10배는 더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들이 일할 곳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돼요. 지난 몇 년간 제 머리를 떠나지 않는 생각이 그겁니다. 젊은이들이 준비한 만큼 일자리가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야겠다고 생각해서 제의를 받아들였습니다. 사정상 매일 출근하는 교장은 아니고 명예교장이라 할 수 있죠.”

최 교수는 한국 사회에 통섭이 친숙하지 않을 때부터 경계를 넘나드는 학문을 강조한 인물로 그 자신도 생물학과 인문학을 오가며 몸소 통섭을 실천했다. 2005년 펴낸 저서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에서도 더 이상 하나의 전공분야와 직업만으로 살 수 없는 사회가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이는 비단 인문학 전공자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평생 직업을 여러 번 갈아타야 한다면 그에 맞는 준비를 해야 하는데 지금의 대학에서는 그런 교육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통합 교육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서구의 명문 대학들이 전공과 상관없이 모든 학생에게 인문학과 기초과학을 필수로 가르친다는 점을 들며 “대학이 학생에게 첫 직장에 들어갈 방법만 가르치지 말고 어떤 직업이든 도전해볼 수 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문계 졸업생의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최근 ‘인구론’(인문계 대학 졸업생 90%가 논다)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최 교수는 “취업을 못 한 학생들에게 인생이 첫 번째 직업으로 판가름나는 것이 아니니까 뚝심 있게 문을 두드리고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 무리하게 취업하려고 애쓰지 말고 대학원 등에서 공부를 더 하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고도 했다.

최 교수가 궁극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평생학습이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건 끊임없이 새로운 걸 알아가는 존재라는 점입니다. 문과와 이과로 나눠 교육하는 건 삶에서 앎의 권리를 절반 포기하라고 강요하는 것과 같아요. 통섭은 개인에게 엄청난 풍요를 가져다줄 겁니다.”

최 교수는 국립생태원장 임기가 끝난 뒤 대학으로 돌아갈 생각이다. 그는 “강단으로 돌아간 뒤에도 젊은 친구들이 사회 진출하는 데 기여할 방법을 계속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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