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업보다 더 쉽게 돈을 벌 수 있다, 아들아.”
험한 뱃일보다 편하게 돈을 벌게 하려는 잘못된 모성(母性)이 일가족을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로 둔갑시켰다. 이들은 농촌으로 이사해 안방에서 온라인 도박사이트를 운영, 주변 이웃들에게는 전형적인 귀농가구인 것처럼 꾸며 경찰 단속을 피했다.
시작은 남편을 일찍 사별한 박모(44)씨가 유모(45)씨를 만나면서부터였다. 유씨는 2014년 도박사이트에 거액을 배팅, 운영자와 알게 됐고 그 친분으로 도박사이트를 직접 운영하기로 마음 먹었다.
박씨는 돈벌이가 쉽다는 말에 박씨는 전남 여수에 사는 아들 내외도 끌어들였다. 아들 김모(27)씨는 어업에 종사하고 있었고 며느리는 간호사였지만 벌이는 많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 무렵 이들은 모두 경북 구미의 농촌으로 이사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완벽한 귀농이었다. 그러나 안방에는 도박사이트 운영을 위한 PC 4대를 놓았고 집의 출입구 등 2곳에는 폐쇄회로(CC)TV까지 설치했다.
급기야 박씨는 지난 7월에는 군복무 중인 막내아들 김모(21)씨까지 가담시켰다. 막내아들은 자신 명의의 통장을 빌려주고 휴가 중 도박자금을 현금으로 인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런 수법으로 이들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챙긴 돈은 27억원 상당으로 보고 있다. 판돈 272억원 가운데 이들의 수익을 10% 가량으로 추정한 것이다. 이들은 이 돈으로 지난 9월 대구에 있는 5억1,700만원짜리 빌딩 매매계약서까지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가업은 돈을 잃은 사람의 제보로 덜미가 잡혔다. 경찰은 이 사이트의 IP주소를 추적해 지난 8월 말 경북 구미시의 자택에서 PC 등 관련 물품을 압수하고 이들을 검거했다.
부산경찰청은 도박개장 혐의로 유씨와 박씨를 구속하고 박씨의 아들 김씨 내외는 불구속 입건했다고 24일 밝혔다. 또 막내아들 김씨는 군 헌병대에 이첩시켰다.
방원범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대장은 “너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가족까지 끌어들여 범죄를 저지른 사건이다”며 “관련 피의자가 더 있는지 수사 중이다”고 말했다.
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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