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과학계가 매실을 이용한 전통 도금 기법을 재현하는 데에 성공했다.
국립중앙과학관은 경주 안압지(월지)에서 발굴된 통일신라 시대의 조각 불상 ‘금동삼존판불’의 도금을 매실산을 이용해 복원하는 데에 성공했다고 24일 밝혔다. 윤용현 중앙과학관 전시관운영팀장은 “1,500여년 전 조상들이 사용했던 도금 소재와 기술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경주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가로 20㎝, 세로 26.3㎝의 금동삼존판불은 1975년 안압지에서 발굴된 10점의 판불(동판에 새긴 불상) 가운데 조각이 가장 뛰어난 유물로 꼽힌다. 구리와 주석을 섞은 청동 판에 조각을 한 다음 겉면에 금을 입혀(도금) 만들어졌지만, 오래 된 탓에 도금이 거의 모두 벗겨졌다.
연구진은 조선시대 문헌에 도금할 때 매실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는 사실에 착안, 매실산을 쓰기로 했다. 매실을 발효시켜 짜낸 매실산은 일반 매실을 짜낸 매실즙보다 산도가 높다. 도금 과정에는 산도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도금 대상의 표면을 산도 높은 소재로 미세하게 부식시켜야 금이 잘 달라붙기 때문이다. 근현대 이후 도금에선 산도 높은 소재로 질산을 썼지만 질산이 없던 고대엔 매실산을 썼을 것으로 연구진은 추측했다.
연구진은 매실산 원액 70%, 물 30%를 섞어 수소이온농도지수(pH)를 1.94(강한 산성)로 맞췄다. 이를 금동삼존판불과 모형 표면에 붓으로 발라 표면을 살짝 부식시켰다. 그 위에 금과 수은을 섞어 만든 아말감을 고루 펴 바른 다음 숯 화덕에서 380~400도의 열을 가했다. 1시간 뒤 수은은 날아가고 금만 표면에 부착돼 청동 색깔이던 금동삼존판불 모형은 금빛으로 다시 태어났다.
윤 팀장은 “우리나라에서 기원전 4, 5세기부터 보편화한 금 도금 유물들은 현재 대부분 도금이 손상돼 청동이나 황동 상태로만 남아 있다”며 “과거 소재와 기술을 이용한 도금 과정은 이런 문화재들을 복원하기 위한 기본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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