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허인회(왼쪽)와 아내 육은채 씨./사진=육은채 씨 제공
[칠곡=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23일 끝난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DGB금융그룹 대구경북오픈 대회 기간 중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선수는 허인회(29)였다. 허인회는 그린에 들어설 때 갤러리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에 모자를 들어 화답했다.
모자를 벗자 은회색 염색 머리가 보다 선명하게 드러났다. 은회색 염색 머리는 아내 육은채(28) 씨의 작품이다. 나이가 지긋한 갤러리들도 회색 머리 선수만큼은 또렷이 기억했다. 아내 육씨는 대회 기간 내내 남편 허인회의 뒤를 따라다니며 응원을 펼쳤다.
육씨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결혼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했다. 육씨는 "가수 연습생 생활을 하다가 잠시 쉬던 때였다. 억울한 교통사고로 심적으로 힘들어하고 있던 중 오빠를 만나게 됐다. 이후 연습생 생활을 이어가려 했지만, 좋지 않은 방향으로 이끌려는 사람들 때문에 다시 상처를 받았다"며 "오빠는 내가 그런 일을 하려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 곁에만 있어주면 안되겠느냐'면서 고백을 해왔다"고 허인회와 만나게 된 때를 떠올렸다.
2011년 한 모임에서 처음 만난 둘은 2014년 6월 군산CC오픈 전에 우연히 재회했다. 둘은 마침내 그 해 7월 1일부터 좋은 만남을 가졌다. 육씨는 "(오빠가) 골프 선수라는 건 들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사실 골퍼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래서 사람들이 '남자친구가 골프 선수이니 잘 잡아라'란 말을 했을 때 듣기 좋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허인회는 국군체육부대 소속이던 올해 5월 31일 육씨와 혼인신고를 했다. 지난달 7일 전역한 허인회는 같은 달 9일 열린 코오롱 제59회 한국오픈 2라운드 경기 후 갤러리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육씨에게 꽃다발을 건네며 프러포즈를 했다.

▲ 아내 육은채 씨와 남편 허인회(오른쪽)./사진=육은채 씨 제공.
육씨는 "선수 허인회는 '상남자'이지만, 남편 허인회는 여성스러운 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육씨는 "골퍼 허인회는 저돌적이고 불 같기도 하고 냉철한 면도 있다"며 "하지만 남편 허인회는 다르다. 세심하고 감성적이고 배려심이 많다. 항상 가족 또는 상대의 입장을 지나치게 생각하는 바람에 서로 오해가 생긴 적도 있다. 예를 들어 음식을 먹을 때 오빠가 많이 먹지 않아서 '맛이 없구나', '별로 좋아하지 않구나' 생각했는데 그게 알고 보니 맛있어서 본인 대신 내가 많이 먹도록 배려한 거더라"고 설명했다.
육씨는 남편을 물심양면 내조하고 있다. 육씨는 "대회 전엔 소소한 것이라도 함께 하며 정서적으로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가족과 대화할 시간을 마련하는 편이다. 오빠는 외로움을 좀 타는 데 그래서 항상 함께 하려고 노력한다"고 언급했다. 또한 "대회 중엔 오빠의 수면시간과 준비시간에 최대한 맞춘다. 대회 후엔 그 대회 성적이 좋든, 좋지 않든 훌훌 털어버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말했다.
육씨는 대회 초반 남편의 예상 성적에 관한 질문에 "2위 정도는 하면 좋겠다"고 답했다. 아내의 말을 전하자 허인회는 "우승은 실력만 갖고 할 수 없다. 운도 따라야 한다는 생각이다. 예전부터 아내와 그런 얘기를 했는데 그래서 아마 2위 정도라고 얘기하지 않았을까 한다"고 말했다. 허인회는 23일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윤정호(20언더파 268타)에 2타 뒤져 황중곤(24ㆍ혼마)과 함께 공동 준우승을 거뒀다. 대회 후 육씨는 "우승을 예상한다고 말할 걸"이라고 웃었다.
육씨는 "돌이켜보면 운동 선수라는 이미지 때문에 처음부터 믿음이 가진 않았지만, 지금은 남편 참 잘 만났다는 생각을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투어 통산 3승의 '괴짜 골퍼' 허인회와 '내조의 여왕' 육씨는 '천생연분'이었던 셈이다.
칠곡=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한국스포츠경제 관련기사]
2018 러시아 월드컵 마스코트, 늑대 자비바카의 주요 특징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