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대엔 평범한 사람이 오히려 영웅보다 더 큰 의미를 갖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모조기념사업회’라는 6인조 팀을 구성해 70대 노인 최평열씨를 주인공으로 작품을 만든 최수앙 작가는 지난 19일 기자 간담회에서 “다양한 가치들이 혼재ㆍ충돌하는 현대 사회에서 ‘영웅’이란 무엇일까 고민 끝에 나온 결과물”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평범한 삶을 살아온 최평열씨를 인터뷰해 제작한 조각, 회화, 사진 등 작품들은 ‘최평열과장 기념관’이라는 아이러니한 이름으로 한 데 묶였다.
작품의 주인공이 된 최평열씨는 사실 최수앙 작가의 아버지라는 점에서 아주 평범한 인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그러나 최 작가는 “아버지이기 전에 한 개인에 주목해 달라”며 작품을 통해 “누구든지 영웅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와 함께 “한 시대나 지역의 영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질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을 수 있고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에게서 영웅을 읽고자 하는 문화예술축제 ‘영웅본색’이 12월 4일까지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리고 있다. 관객들이 “하루 종일 놀 수 있도록” 특정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전시, 영화, 공연, 워크숍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아우르는 이번 프로젝트는 절대적인 가치가 희미해진 시대에 진정한 영웅은 어떤 모습인지 묻는다.
김광수 건축가의 파빌리온 프로젝트 ‘만다라 영웅’은 관객 각자의 영웅을 불러낸다. 참가자가 자신이 생각하는 영웅을 촬영해 작가에게 보내면 작가는 그들의 영웅을 액자로 제작해 전시한다. 관객과 작가가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미완의 상태로 설치됐던 작품은 완성된다. 김 건축가는 “‘근엄함’이나 ‘진중함’이 과거 영웅에게 기대했던 모습이었다면 오늘날에는 ‘쾌활함’과 ‘경쾌함’도 영웅이 지녀야 할 중요한 덕목이 됐다”고 관객의 참여를 바탕으로 작품을 제작한 배경을 밝혔다. 비닐이라는 가벼운 소재를 택해 건축물을 제작한 역설은 작가의 메시지를 더욱 부각시킨다.
평범함 속 특별함에 주목하는 ‘영웅본색’은 전시장으로서 부적합하다는 편견을 깨고 대중을 위한 복합예술공간으로 자리한 문화역서울284와 묘한 조화를 이룬다. 문화역서울284는 다양한 예술 장르를 경계 없이 아우르는 구성으로 예술의 대중화ㆍ일상화를 모색해왔다.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로 운영되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자세한 일정은 문화역서울 284 홈페이지(www.seoul284.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02)3407-3500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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