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매너도 ‘스페셜’하지 않았다.
주제 무리뉴(53)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24일(한국시간)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린 첼시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9라운드에서 0-4로 완패했다.
맨유는 경기 시작과 함께 수비수 크리스 스몰링(26)과 달레이 블린트(26)의 치명적인 실수로 불과 30초만에 페드로 로드리게스(29ㆍ첼시)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선제골을 내준 뒤의 볼 점유율은 맨유가 56%로 앞섰지만 실속은 없었다. 맨유가 기록한 유효슈팅은 5개로 첼시(6개)보다 적었다. 점유율을 내주면서도 역습 타이밍을 잡아내 상대를 무너뜨리는 안토니오 콘테(47) 첼시 감독의 전술 앞에서 ‘스페셜 원’이라 자칭하던 무리뉴 감독은 속수무책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무리뉴 감독의 굴욕은 끝나지 않았다. 무리뉴 감독은 콘테 감독과 악수하며 귓속말을 나누었다. 이에 대해 질문공세를 퍼붓는 기자들에게 무리뉴 감독은 “당신(기자)에게 한 말이 아니다”라며 답변을 거부했고 콘테 감독 역시 “개인적인 이야기”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하지만 두 감독이 이탈리아어로 나눈 대화를 이탈리아 언론 스카이 이탈리아에서 포착해 보도했다.
무리뉴 감독은 콘테 감독에게 “1-0이면 몰라도 4-0 상황에서 그런 세리머니를 한 것은 모욕적이다”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콘테 감독은 은골로 캉테(25ㆍ첼시)의 네 번째 골이 터진 뒤 환호하며 관중들을 독려하는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무리뉴 감독의 발언에 대해 영국 현지 반응은 대체로 냉소적이다. 영국 매체 미러의 존 크로스 기자는 트위터를 통해 “세상에, 무리뉴가 사이드라인 매너를 가르쳤다” 는 반응을 보이면서 무리뉴 감독의 평소 매너를 꼬집었다. 한 축구팬은 트위터에 무리뉴 감독이 콘테 감독에게 한 말을 인용했다. 그의 트윗에는 황당해하는 아르센 벵거(67) 아스널 감독의 사진이 첨부됐다. 무리뉴 감독이 아스날을 상대로 승리를 거둘 때마다 보여줬던 무례한 행동을 비판하는 의도였다. 그동안 자신의 거친 언행에 대한 비판을 좋은 성적으로 반박해온 무리뉴 감독이기에 콘테 감독에게 건넨 귓속말이 그의 체면을 더욱 깎는 행동이 되어버렸다.
첼시전에서 패하면서 맨유는 7위(승점 14)에 머물렀다. EPL 우승 경쟁을 벌이고 있는 5위 토트넘(승점 19)과의 승점차는 5점차다. 리그 일정이 4분의 1 가까이 온 지금, 이 점수차는 결코 적다고 볼 수 없다.
맨유 팬들의 비난에 휩싸여 떠밀리듯 감독직을 내려놓은 루이스 판 할(65) 전 감독이 이끌던 지난 2015~16시즌 맨유의 같은 시기 성적보다도 뒤처진 상황. 2015~16시즌 맨유는 9라운드까지 6승1무2패로 승점 19점을 얻었다.
무리뉴 감독의 시즌 출발이 더딘 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다만, 무리뉴 감독이 저조한 성적을 거뒀던 시기는 매번 그가 감독에 취임한지 3년째 되는 해였다. 이 3년차마다 무리뉴 감독은 선수 혹은 스탭과의 불화를 겪었다. 레알 마드리드 감독 3년차였던 2013년에는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35ㆍ포르투)와, 첼시 감독 3년차였던 2015년에는 팀 닥터 에바 카네이로와의 불화로 선수단이 어수선했다. 이 불화가 무리뉴의 3년차 성적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반면 이번 시즌은 무리뉴 감독이 맨유에 부임한 첫 시즌이다.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도 따랐다. 맨유는 무리뉴 감독이 부임한 이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축구선수’ 폴 포그바(23)를 시작으로 모든 포지션에 걸쳐 새로운 선수를 영입했다. 대대적인 전력 보강과 무리뉴 감독의 부임으로 올 시즌 맨유는 강력한 우승후보로 손꼽혔다. 하지만 기대에 어긋나는 부진이 이어지며 무리뉴 감독은 감독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정진욱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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