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박정환 9단
흑 이세돌 9단
<장면 10> 박정환이 중앙 흑돌에 대한 공격 방향을 결정하기 전에 먼저 우하귀에 △로 붙인 게 시기적절한 응수타진이다. <참고1도> 1이면 훗날 백이 안에서 움직이는 뒷맛이 남는다.
이 장면에서 이세돌이 쉽사리 착수를 하지 못하고 20여분간 고민하다가 상대가 하자는 대로 순순히 따라가서는 도저히 승산이 없다고 보고 뜻밖의 중대결단을 내렸다. 귀에서 과감히 손을 빼고 1로 마늘모해서 중앙을 강화한 것이다. 이는 단순히 흑돌을 보강하려는 것이 아니라 장차 A로 차단해서 중앙 백돌을 크게 공격하는 수단을 노리고 있다. 아울러 멀리 상변 흑돌에 대한 공격까지 엿보는 다목적 착점이다.
상대가 귀에서 손을 뺐으니 박정환이 얼른 2, 4로 실리를 챙긴 건 당연하다. 이후 5부터 8까지 으레 이렇게 진행될 자리다. 흑은 다음에 B나 C가 모두 절대선수라는 게 자랑이지만 일단 실리에서는 백이 크게 앞섰다.
흑이 형세를 만회하려면 A로 차단해서 중앙 백돌을 크게 잡아야 하는데 지금 당장 결행해서는 잘 안 될 것 같다. 이세돌이 9로 껴붙여서 우변에서 새로운 싸움을 걸어갔다. 먼저 이 부근을 튼튼하게 만든 다음 A로 차단하려는 성동격서 전술이다.
백이 <참고2도>처럼 고분고분 받아줄 수는 없다. 박정환이 10으로 반발한 건 당연한 기세다. 이후 11부터 14까지 흑돌과 백돌이 서로 뒤엉켜서 우변에서 다시 복잡한 전투가 시작됐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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