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제1야당인 중도좌파 사회노동당(PSOEㆍ사회당)이 집권 국민당(PP) 소속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의 임명을 사실상 인정하기로 했다. 10개월간 내각 구성을 하지 못한 채 표류하던 스페인 정치가 전환점을 맞은 셈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사회당은 고위 당직자들이 출석해 정책을 결정하는 연방위원회에서 다음 주로 예정된 라호이 총리 신임투표에 기권하는 방안을 찬성 139, 반대 96으로 통과시켰다. 스페인 내 최대 야당인 사회당(85석)이 반대 대신 기권 입장을 택하면서 라호이 총리는 국민당(137석)과 우파정당 시우다다노스(32석) 등의 지지를 얻어 총리 연임이 가능해진다.
사회당은 당초 국민당 주도의 소수내각 설립 저지를 표명해 온 페드로 산체스 전 당대표의 지도에 따라 라호이 총리 신임안에 반대해 왔다. 그러나 6월 재선거에서 다수당이 등장하지 않고 9월 신임 투표에서도 라호이 내각의 설립이 실패하면서 10개월 동안 내각 구성을 하지 못하게 되자 정치적 혼란의 책임이 정부 구성에 반대하는 사회당에 있다는 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만약 세 번째 총선거를 열 경우 제3당인 포데모스(71석)에도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위 당직자들 사이에 번지면서 산체스 대표는 사임하게 됐다. 이그나시오 우르키주 사회당 의원은 “스페인인의 65%가 재선거를 원하지 않으며 이는 사회당 지지자도 마찬가지”라는 여론을 전했다. 그러나 사회당 내에서는 여전히 보수 정당 주도 내각의 설립에 반대하는 이들도 많아 내분은 계속될 전망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사회당 본부 앞에는 “국민당(PP) 반대” 피켓을 든 시위대가 몰려들었다.
라호이 총리는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양당 체제가 붕괴하고 포데모스와 시우다다노스 등 새로운 정당이 등장하면서 과반수의 지지를 얻지 못했지만 과도 정부 총리로서 정국을 이끌어왔다. 6월 총선에서도 과반수 의석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정치적으로는 우위에 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스페인은 정치 혼란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으로는 안정된 상태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타격을 입은 남유럽 국가에 강도 높은 긴축 정책을 요구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은 내각 구성이 실패할 경우 EU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긴축 예산의 수립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스페인 정치권을 압박했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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