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활성화 기대” vs “인구절벽 우려”
“11월 11일 ‘솔로의 날’ 매출이 정말 기대돼요.”
올 초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에 입사한 후페이위안(胡飛媛)씨는 내달 11일 광군제(光棍節)를 무척이나 기다리는 듯했다. 본인도 독신으로 살 생각이라는 후씨는 “예상 매출을 넘어가면 보너스도 두둑할 거라고 해서 모두가 밤샘 각오도 하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알리바바는 11월 11일 하루 24시간 진행하던 광군제 행사를 올해는 이달 21일부터 내달 13일까지 24일간 진행하는 행사로 확대 개편한 상태다.
독신 급증에 따른 신산업 생태계 형성
광군제는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다. 독신주의자 내지 싱글족을 의미하는 11월 11일을 기념해 2009년 알리바바의 계열사인 티몰이 처음 할인행사를 시작한 이래 매년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하루 동안 티몰의 매출액이 무려 912억위안(약 15조원)에 달했다. 행사 기간을 늘린 올해는 1,000억위안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2009년 첫해 매출이 5,000만위안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7년만에 2,000배 이상의 폭풍성장을 하게 된 셈이다.
알리바바는 특히 올해 광군제 행사를 겨냥해 1인가구용 소형가전 제품의 비중을 지난해보다 40% 가량 늘렸다. 후씨는 “작년에도 재작년보다 소형가전 판매액이 25% 이상 늘었다고 한다”면서 “구매력을 갖춘 솔로들이 최대 고객층으로 떠올랐다는 건 여러 통계로도 확인된다”고 말했다. 실제 중국가전망에 따르면 중국의 소형가전 시장 규모는 매년 15% 이상씩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중국 내 어지간한 규모의 가전제품 매장에 가면 1인가구용 소형제품 판매대가 별도로 갖춰져 있다. 지하철 10호선 타이양궁(太陽宮) 인근의 대형쇼핑몰인 카이더(凱德)몰에서 전자제품 매장을 운영하는 쑨즈황(孫紫凰)씨는 “도시생활을 하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중후반까지의 직장인들 중 솔로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 같다”면서 “3년 전부터 우리 매장에서도 1인가구를 겨냥한 소형가전 판매대를 따로 꾸렸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중국에서 결혼ㆍ사회복지 업무를 관장하는 국가민정국이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독신남녀 수는 2억명을 훨씬 넘어섰다. 이들 중 결혼을 하는 이들도 많겠지만 경제활동 참여도가 높아지는 상황을 감안하면 1인가구의 비중은 갈수록 늘어날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유로모니터는 2000년에 3,311만가구였던 1인가구 수가 2025년에는 1억가구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중국에선 이미 ‘솔로 이코노미’(Solo + Economy)가 경제의 어엿한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가전제품과 함께 주택, 식품, 레저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있고, 이 같은 추세는 급격한 노령화로 인해 실버산업과도 연계되고 있다. 소비의 목적과 생활의 기본단위가 가정이 아니라 개인으로 바뀌는 ‘제4의 소비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일상 소비생활에서도 이 같은 기류는 광범위하게 확산돼 있다. 중국 내에서 즉석식품을 가장 쉽게 구입할 수 있는 편의점의 수가 최근 5년만에 30배 이상 폭증했고, 베이징(北京)만 해도 시내 곳곳에 산재한 소호(SOHO) 등 오피스빌딩 밀집지역의 식당에선 이미 1인용 좌석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이에 따라 2012년 2,000억위안(약 36조2,500억원)이었던 중국의 즉석식품 시장은 지난해 5,300억위안(약 96조680억원)까지 성장했다.
베이징의 용산시장이라는 중관춘(中關村) 등 가전시장에서는 1인용에 주목하고 있다. 1인 여행상품도 봇물을 이루고 있고 1인 주택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세탁ㆍ청소업이 제2의 부흥기를 맞았다거나 반려동물 카페를 차려 대박을 쳤다는 얘기가 나오는 등 솔로 이코노미는 이제 본격적으로 서비스산업으로도 급격히 확산되는 추세다.
이면에는 부동산 광풍 등 검은 그림자도
하지만 솔로 이코노미의 이면에는 중국 사회의 그림자도 투영돼 있다. 무엇보다 젊은 세대가 독신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내 집 마련의 어려움을 비롯한 경제적 문제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중국의 어지간한 대도시의 아파트 매매가는 ‘부동산 광풍’이란 말로는 모자랄 만큼 해마다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위장이혼이 일상화했을 정도로 부동산 투기가 만연해 있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비자발적 솔로’를 양산해내고 있는 셈이다.
경제적 측면에선 새로운 시장이 조성되는 효과가 크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공동체 의식의 약화는 물론 중장기적으로 국가경쟁력의 저하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중국 굴지의 대기업인 바오리(保利)그룹 산하의 경제연구소는 지난해 말 보고서를 통해 “서구 선진국의 1인가구 비중이 최대 50%를 넘어서는 상황을 감안할 때 향후 솔로 이코노미가 중국 내수시장 활성화의 중요한 축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도 “독신남녀의 증가에 맞춰 정부가 적절한 법ㆍ제도의 보완과 수정을 하지 못하면 2050년을 전후로 인구절벽에 부닥치는 등 국가 전반의 활력이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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