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정리 뒤 95일 만에 물러나
민주적 소통 끌어낸 것 최대 성과
최순실 등 해명 촉구 시위 예고
학교 측의 평생교육단과대 설립 방침에 반발해 본관을 점거하고 농성을 이어 온 이화여대 학생들이 점거 95일 만에 농성을 해제한다.
이화여대 학생들은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가 경찰 수사를 받는 학생들이 법적 처벌을 받지 않도록 보호하고 각종 비리 의혹을 제대로 해명하길 바라며 30일 퇴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앞서 이사회가 최경희 전 총장의 사표를 수리한 21일 곧장 농성 해제를 발표했으나 내부 정리 등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 30일까지 퇴거를 완료하기로 학교 측과 합의했다. 이날은 7월 28일 본관을 점거한 지 95일째가 되는 날이다.
본관 농성으로 시작해 자발적 퇴거로 마무리된 이화여대 사태는 학생들이 주체가 돼 학내 불통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바람직한 의사소통 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저항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교수협의회 소속의 한 교수는 “인사권 개입 등 월권 논란도 있었으나 학생들의 점거 농성은 특단의 소통방식이 필요하다는 구성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며 “학교 본부와 학생, 교수, 교직원 사이에 앞으로 학교 중요 사업을 결정할 때 반드시 민주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잠재적 합의가 생겼다”고 말했다. 김혜숙 교수협의회 공동회장도 “사회 흐름에 견줘 대학의 역할이 옳은 곳으로 가고 있는지, 지금까지 낡은 방식을 혁신할 때는 아닌지 고민할 기회를 만들어 줬다”고 긍정 평가했다.
다만 학생들은 박근혜 정권 비선실세로 꼽히는 최순실(60)씨 딸 정유라(20)씨의 부정입학 및 학사특혜 의혹의 진실이 명확하게 밝혀질 때까지 감시의 눈을 거두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최 전 총장과 학교 본부는 여론이 학교를 향해 제기하는 여러 비리의혹에 대해 분명히 응답해야 한다”며 “구성원의 의사를 반영할 수 있는 민주적 의사결정 제도를 확립하고 총장 선거의 투명성을 확보하라”고 촉구했다. 학생들은 내달 3일 학교측에 제안한 요구 사항의 이행을 촉구하는 4차 총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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