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가 이슬람국가(IS)가 점거한 이라크 북부 도시 모술 공격에 터키군의 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라크 북부에 영향력을 넓히려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야심을 경계하는 태도다.
아바디 총리는 22일(현지시간) 수도 바그다드를 방문한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과의 회담 직후 “터키가 모술 공격에 참여하길 원한다는데, 고맙지만 사양한다. 이건 이라크인이 해결할 문제”라며 “만약 동맹의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면 터키든 다른 나라든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터키를 방문했던 카터 장관과 미국측 관계자들은 “터키의 모술 공격 참전을 조건부 지지한다”며 “가능 조건을 협상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아바디 총리가 강경한 입장을 발표하면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진 것으로 보인다. 카터 장관은 “우리가 터키와 이라크 사이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도 “이라크의 주권 존중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도 이날 연설에서 “비록 이 지역의 상황이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지만, 우리는 모든 국가의 영토를 존중한다”며 사실상 한 발 물러섰다. 터키는 IS가 모술을 장악한 이후 이라크 북부에서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야심을 공공연히 드러내왔다. 앞서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총리는 “이라크 지도자의 ‘선동적’표현”을 비판하며 모술의 수니파 무슬림을 보호하기 위한 이라크 정부의 대책이 불충분하다는 주장을 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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