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능력 고도화에 대한 우려감이 커진 가운데 북미의 중량급 인사들이 말레이시아에서 회동한 사실이 21일 알려졌다. 북미 관계가 최악인 국면에서 대화 재개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일환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의 한성렬 외무성 미국국장, 장일훈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와 미 측의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특사, 조지프 디트라니 전 국가정보국(DNI) 비확산센터소장의 만남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한 호텔에서 이뤄졌다. 앞서 일본 NHK는 18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모습을 드러낸 한성렬 국장 일행이 말레이시아로 떠나 북미 간에 1.5트랙(반관반민) 대화를 가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북미 접촉은 내년 새로 들어설 차기 미 행정부가 북미 대화나 협상을 염두에 두고 북한 기류를 확인할 필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이뤄졌다. 갈루치 전 특사는 1994년 영변 핵시설 폭격 위기 직후 나온 제네바 합의 당시 미측 대표로, 미국 내 대북 협상파로 평가된다. 다만 접촉에 나선 미 측 인사들이 버락 오바마 정부의 요청에 따라 움직였는지는 불분명하다.
앞서 미 국무부는 19일 북미 간 말레이시아 접촉과 관련한 미국의소리(VOA)방송의 질문에 “정부와는 무관한 접촉"이라고 선을 그었다. 우리 정부 관계자도 이번 북미 접촉에 대해 "일단 큰 의미는 두고 있지 않다”면서도 “차후 만남의 결과를 차후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미 행정부가 교체되는 시기에 북미 간 제3국 접촉이 확인되면서 대립국면 타개를 위한 탐색전이 이미 시작됐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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