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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 끊길까 두렵지만... 기간제 교사 부당대우 이젠 해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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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 끊길까 두렵지만... 기간제 교사 부당대우 이젠 해결해야”

입력
2016.10.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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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교사들 순직 불인정에

수업 중 빗자루 폭행 사건까지…

3월 비영리단체로 국내 첫 발족

불이익 우려에도 회원 증가세

부당대우 제보 땐 교육감 면담

고군분투 교사들의 지원군으로

억장이 두 번 무너졌다. 생때같은 아이들의 죽음 앞에, 그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탈출을 마다하고 사지(死地)로 걸어 내려갔다 영영 돌아오지 못한 기간제 교사들에게 이 사회가 “너희는 정교사가 아니다”라고 못박았을 때. 이 땅의 기간제 교사들은 그 울분과 탄식을 세상이 아닌 그들만의 온라인커뮤니티에 쏟아놓았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처지라 그게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기간제 교사 박혜성(53)씨도 그랬다.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 6월 인사혁신처가 기간제라는 이유로 단원고 교사 고 김초원, 고 이지혜씨의 순직을 인정하지 않자, 그는 “교육자로 산 인생을 전부 부정당한 것 같았다”고 했다. 전체 교사의 13%(4만3,472명)에 육박하는 기간제 교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단체가 없어 억울한 마음을 삭혀야만 했다.

박씨는 잊지 않았다. 지난해 말 경기 이천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기간제 교사를 수업시간에 빗자루로 폭행한 사건까지 벌어지자 그는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다”고 했다. 그 기억과 억울함이 올해 3월 기간제 교사들로 이뤄진 비영리단체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 발족으로 이어졌다. 박씨는 대표직을 맡았다. 기간제 교사들이 온라인커뮤니티를 벗어나 집행부를 갖추고 회비를 내는 회원을 모집해 활동을 하는 건 1997년 기간제 교사 제도 도입 이래 처음이다.

기간제 교사가 교육 현장에서 감내하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신분상 불이익은 그간 침묵만을 강요했다. 박씨는 “최대 1년 단위로 학교와 재계약을 해야 하는 기간제 교사의 특성상 억울해도 ‘튀는 행동’을 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몇 년 전 학교가 정교사에 비해 업무를 과다하게 부과해 교감에게 항의했더니 ‘일하겠다는 기간제 교사 줄 섰다. 하기 싫으면 지금이라도 떠나라’고 하더군요.” 정교사가 휴직이나 출산휴가, 해외연수를 떠난 자리를 단기로 계약해 교단에 서는 기간제 교사는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태생적 취약함 때문에 늘 을(乙)의 위치에 놓인다.

그래서 사실 단체 설립도 쉽지 않았다. 박씨는 “처음 온라인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오프라인으로 만나기로 했을 때 자리에 나온 건 대여섯 명에 불과했다”며 “6개월 동안 몇 차례 모임을 가졌지만 참여 교사의 출산 등을 이유로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모임을 가지면 얼굴과 이름이 알려져 학교에서 불이익을 당할까 하는 두려움도 컸다. 포기하지 않고 지난 3월 다시 한 번 뜻을 모아 단체에 참여할 회원을 모았다. 마침내 집행부 6명이 모집됐고 격주로 한 번씩 모여 활동 방향을 논의한 결과를 온라인커뮤니티에 올렸다. 그걸 보고 회비를 내겠다고 연락해 온 회원은 몇 개월 만에 50명으로 늘어났다.

첫 발걸음을 내딛자 조금씩 길이 열렸다. 그간 학교로부터 부당대우를 당하면 교감에게 항의하거나 교육청에 민원을 넣는 등 고군분투하던 교사들은 ‘우리’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얻었다. 박씨는 “교사로부터 제보를 받으면 단체에서 교육감과 면담을 요청해 ‘계약제 교원 운영 지침’을 개정해달라고 요구하거나 학교에 시정을 촉구하는 등 방식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7월엔 광주 한 중학교에서 방학을 제외한 쪼개기 계약을 당했다는 교사의 제보를 받고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을 만나 계약제 교원 운영 지침을 시정해달라고 요구했다. 박씨는 한발 더 나아가 “시도교육청마다 다른 지침을 분석해 올해 안에 문제점을 밝히겠다”고 강조했다.

가슴을 짓누르는 마음의 빚도 털어낼 계획이다. 박씨는 “국가가 세월호 참사 때 숨진 기간제 교사들의 죽음을 순직으로 인정하지 않았을 때, 기간제 교사들은 손을 놓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면서 “4월 단체 이름으로 단원고기간제교사순직인정대책위원회에 가입했고 조만간 성명서도 발표해 기간제 교사의 명예를 회복하는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박씨는 현재 서울 한 중학교에서 기간제 국어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한 학기 동안 일을 쉬다 이번 학기부터 교단에 다시 서고 있는 만큼, 재계약에 대한 두려움도 있을 터.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고 인터뷰를 하는 게 두렵지 않느냐고 물었다. “먹고 살기 위해 숨어있기만 해서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없어요. 기간제 교사에 대한 차별과 부당대우를 해결하려면 누군가는 용기를 내야지요. 목소리를 내고 싶었을 뿐입니다. 네, 두렵습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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