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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세상의 배꼽…” 씁쓸한 권력의 추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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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세상의 배꼽…” 씁쓸한 권력의 추억들

입력
2016.10.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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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자신에 대한 글은 수치스러운 점을 밝힐 때만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모든 사람은 내면적으로 실패하고 있기 때문이다.” 완벽한 신이 아닌 이상 모든 인간은 반드시 실패한다. 그 실패를 밝히지 않는 모든 기록은 거짓이란 얘기다. 유명인들의 자서전이나 회고록에 대해 말할 때마다 늘 등장하는 조지 오웰의 경구다.

경구가 있다는 얘기는 결국 자서전과 회고록을 못 믿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유는 ‘거짓’이지만, 이 ‘거짓’의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한쪽 끝에는 단순 실수, 혹은 자신의 시각에서만 봤기 때문에 생겨나는 착오 같은 게 있다. 다른 쪽 끝에는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정치적 왜곡도 있다.

회고록을 많이 들춰보는 연구자들은 국내 회고록 문화에 비판적이다. 기록에 근거한 평가문화 자체가 없어서다. 과장이나 허세, 혹은 축소와 은폐가 다반사다. 실패를 인정하는 겸허함이 없고 그것을 약점을 인정하는 것으로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행장’의 전통,‘문중 사학’의 영향 때문에 전기, 평전 장르가 발달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정 자료가 없을 경우에는 보기는 하지만, 회고록 자체는 연구의 기본 자료라기보다 다른 자료에 대한 보충적 자료로써만 활용한다”고 말했다. 천정환 성균관대 교수도 “국내에서 회고록을 남긴 이들 대부분은 자신들이 ‘세상의 중심이자 배꼽’이라 생각하는, 공직 등 권력 주변에 있었던 60대 이상 아저씨들”이라면서 “읽을 일이 있어 읽어나가다 보면 굉장히 씁쓸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회고록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그만큼 기록문화가 척박해서다. 외국의 경우 주요 결정 사안에 대해 공적 문서들을 다 남긴다. 우리는 솔직한 토론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중요한 결정일수록 회의록을 안 남긴다. 하기야 그럴 만도 하다. 그토록 기록물을 남기고 싶어 했던 참여정부는 그 때문에 두고두고 시비다. 그러니 대우조선해양 사태 때 주요 결정을 내렸다는 ‘청와대 서별관 회의’에 회의록이 없다 해도 이상할 게 없다.

주진오 상명대 교수는 “한 사람의 기억과 자료에 기반한 것이 회고록이기 때문에 모든 회고록은 다른 사람들의 기억과 자료에 따른 검증을 받아야 하고, 그럼에도 제 각각의 기억과 자료는 다를 수도 있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이 원칙 아래에서 주요 정책에 간여한 이들이 자기 나름대로 기록한 회고록을 많이 남겨두는 것은 그 자체로 좋은 현상이라 봐야 한다”고 말했다.

회고록을 지금 당장의 정치적 이슈에만 매몰시키는 것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여기에서 나온다.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동일 사건에 대한 기억이 어느 위치에 있었느냐에 따라 다 제 각각이 듯 회고록 저자가 자신의 기억을 아무리 단호하게 단언해도 그것만을 확정된 사실이라고 할 수는 없다”라면서 “송민순 전 장관의 회고록 역시 다른 사람의 기억과 증언, 그리고 당시의 문서 자료에 따라 검증을 받아야 할 대상인데 왜 이렇게 정치적으로 이슈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변해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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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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