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약만료 전 해임” 6.8% 달하고
이전 학교가 계속 영향력 행사도
지난해 12월 경기 이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수업을 하던 기간제 교사가 교탁으로 몰려 온 학생들에게 빗자루로 온몸을 두들겨 맞았다. 해당 학생들이 모두가 보는 앞에서 침을 뱉고 욕설을 했는데도 교사는 소리 한 번 내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같은 해 광주에서는 30대 초등학교 기간제 여교사가 동료 교사에게 공개적인 장소에서 욕설을 들은 뒤 수치심을 이기지 못해 사표를 냈다. 부산에서는 50대 수석교사가 기간제 여교사들을 상대로 상습 성추행을 하다가 벌금형을 받았다. 일부 사립학교는 여전히 기간제 교사에게 정교사 자리를 제안하며 금품을 요구한다.
교육 일선에서 정교사와 똑같이 학생을 가르치고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기간제 교사들. 정규 교사와 하는 업무는 같지만 처우는 하늘과 땅 차이다. 정교사가 휴직을 하거나 연수를 떠나 생긴 공백을 메우거나, 특정 교과를 한시적으로 맡는 기간제 교사의 신분상 취약점이 악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탓이다.
이들은 신분이 드러나는 걸 두려워해 익명으로 자신들의 처지를 알렸다. 동국대 산학협력단이 교육부에 제출한 정책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기간제 교사 실태조사 설문에 참여한 1만4,762명 가운데 37.8%가 ‘정교사가 기피하는 업무를 맡게 된다’고 응답했고 32.3%는 ‘과다 업무가 주어진다’고 지적했다. 기피 업무와 과다 업무가 주어지는데도 정작 ‘업무 분장을 결정할 때 논의에서 아예 제외된다(29.9%)’고도 했다.
학교 담임 배정 현황도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교육부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올해 기간제 교사 4만3,472명 가운데 48.6%(2만1,118명)가 담임을 맡고 있다. 2014년 46.5%(1만9,969명)보다 증가한 수치다. 담임을 맡으면 방학 기간 중 수업 연구와 교사 연수 외에도 반 학생을 관리하는 등 해야 할 업무가 많다. 절반에 육박하는 기간제 교사가 담임을 맡고 있지만 이들이 정작 학교와 계약할 때는 방학 기간을 포함하지 않는 ‘쪼개기 계약’을 맺는데다 성과급과 각종 수당에서도 차별을 받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항의를 하거나 민원을 제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 기간제 교사 실태조사 설문에 따르면, 계약서 상 계약 만료 전에 해임된 적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서 응답자 1만5,096명 가운데 6.8%(1,026명)가 ‘있다’고 답했다. 박혜성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 대표는 “재계약이나 부당해고도 문제지만 학교를 옮기는 경우에도 서류를 이관할 때 이전 학교가 ‘특이사항’이라는 명목으로 기간제 교사의 평판을 공유해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말했다.
처우는 제자리를 맴돌지만 기간제 교사 수는 늘어나는 추세다. 1999년 기간제 교사는 전체(30만7,899명)의 1.6%(4,988명)에 불과했다. 올해 전국 기간제 교사의 수는 4만3,472명(13%)이다. 학령인구 감소, 누리과정으로 인한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교육부는 갈수록 정교사 채용 규모를 줄이고 있어 그 자리를 채울 기간제 교사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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