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노린 계획 범행… 영장 발부
“故김 경감은 독살” 황당 발언도
오패산터널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 성병대(46)가 범행 전부터 총격전을 예상하고 치밀하게 준비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을 향한 적개심과 과대망상을 보이던 성병대가 애초 경찰을 노리고 범행을 계획했을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성병대는 21일 오전 서울북부지법의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전 취재진과 만나 이웃과 경찰에 대한 피해의식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그는 범행동기를 묻는 질문에 “생활고로 억류돼 부동산 사장(폭행피해자)이 소개해 준 집으로 이사를 갔다. 그 집에 가면 가스폭발사고로 제가 암살될 수 있어 부동산 사장을 살해하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폭행피해자 이모(67)씨 등 평소 주변 사람들이 위장 경찰이거나 경찰 사주를 받아 자신을 해하려 한다고 생각해 왔다. 성병대는 강북구 수유동으로 이사를 오던 지난 1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경찰이 이사할 집을 정해두고 이사하도록 종용했다” “경찰이 화재안전사고를 가장한 암살 음모를 추진하려 한다” 등의 글을 올렸다. 특히 이사 전날에는 “큰 누나가 부동산 잠입경찰과 강북경찰서로부터 압력을 받고 있다”라고 써 이씨를 자신을 감시하기 위한 경찰로 굳게 믿었다. 성병대는 숨진 김창호 경감에 대해서도 “병원 치료과정에서 독살됐을 수 있다”는 황당한 발언을 쏟아내며 경찰이 자신에게 누명을 씌우기 위해 사인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범죄전문가들은 성병대의 범행을 전형적인 계획범죄로 규정했다. 배상훈 서울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피의자의 주요 타깃은 경찰이었고 이씨는 일종의 미끼”라며 “성병대가 경찰서 인근에서 피해자를 폭행한 뒤 풀숲에 매복했다가 총을 쏜 것도 의도된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성병대는 이날 언론에 “두 달 전부터 총을 제작해 (경찰과의) 총격전에 대비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자신을 가둔 공권력에 대한 피해의식이 일종의 사명감을 갖고 맞서 싸운다는 과대망상으로 발전했다”며 “피의자가 ‘제 사건은 혁명이다’라고 말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법원은 이날 오후 성병대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피해자 이씨 진술과 대조를 거쳐 성병대의 정확한 범행동기 및 과정을 파악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 송치 전까지 시간이 촉박해 현재로선 성병대에 대한 정신감정 의뢰는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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