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상위 40% 이내 산모가
전체 신생아의 절반 이상 출산
저소득층 산모는 11.8%P 감소
온 국민이 가입된 건강보험 자료 분석 결과, 최근 10년 동안 저소득층에서 태어난 아이 비중은 10%포인트 이상 줄고 고소득층 출산은 그만큼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위기 이후 상시화한 저성장 및 빈부 격차가 고스란히 출산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성 취업과 만혼 등으로 출산이 늦어지면서 지난해 산모 넷 중 1명은 35세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운영실(책임연구원 박종헌 전문연구위원)은 21일 서울대에서 열린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논문을 발표했다. 공단이 보유한 건강보험 빅데이터 중 최근 10년치(2006~2015년) 임산부 관련 정보를 분석한 결과다.
논문에 따르면 분만 건수는 2006년 43만1,559건에서 지난해 42만8,319건으로 0.8%포인트 감소했다. 하지만 이 기간 중 건강한 실질적 가임 여성(24~38세) 인구가 624만4,000명에서 531만9,000명으로 15%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분만율(가임 여성 대비 산모 비율)은 4.05%에서 4.54%로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종헌 위원은 "여성 개인 차원에선 10년 전보다 임신 및 출산을 위한 노력을 더 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출산 경향은 경제적 형편에 따라 엇갈린다. 특히 소득이 평균보다 낮은 계층에선 출산 기피 현상이 뚜렷하다. 전체 산모 중 소득 1분위(하위 20% 이내) 및 2분위(하위 20~40%)에 속하는 비중은 2006년 33.7%였지만 2015년엔 22.4%로 11.8%포인트나 떨어졌다. 특히 소득 1분위 여성의 비중은 급기야 지난해 한자릿수(9.4%)로 급감했다.
반면 소득 4분위(상위 20~40%)와 5분위(상위 20% 이내) 산모 비중은 같은 기간 33.7%에서 51.0%로 11.8%포인트 늘었다. 소득 상위 40% 안에 드는 여성들이 전체 신생아의 절반 이상을 낳고 있는 것이다. 박 위원은 “2006년 산모 소득수준은 (중앙인) 3분위를 중심으로 골고루 분포했지만 지난해엔 4분위에 가장 많이 분포하는 등 고소득층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출산 양극화는 취업 여성의 직장 규모에 따른 출산 비중 차이로도 확인된다.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여성의 출산 가운데 50인 미만 사업장 가입자의 비중은 2006년 47.8%에서 40.6%로 떨어진 데 비해, 1,000인 이상 사업장 가입자 비중은 22.0%에서 28.3%로 올랐다. 보다 안정적인 직장에 다닐수록 출산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 셈이다. 이성용 강남대 교양학부 교수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을 기점으로 남편과 아내 모두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출생아 수가 증가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는데,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집단이 경기침체 및 불평등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가장 민감하게 출산을 줄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만 평균연령은 2006년 30.3세에서 32.2세로 높아지면서 산모 고령화 추세가 뚜렷하다. 2006년 13.7%였던 35세 이상 산모 분만 비중은 지난해 27.6%로 두 배 이상 늘어났고, 40대 산모 비중도 1.2%에서 3.0%로 늘었다. 임신·출산에 신체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고령 산모가 늘다 보니 유사산율(임신 대비 유산·사산 비율)도 같은 기간 1.45%에서 1.54%로 증가했다.
한편 취업 여성이 임신 기간 중 직장을 그만두지 않고 계속 다니는 비율은 2006년 67.3%에서 2014년 73.9%, 출산하고도 직장을 유지하는 비율(분만 후 1년 기준)도 62.9%에서 69.7%로 높아졌다. 일ㆍ가정 양립 문화가 이전보다 성숙해졌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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