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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까지 낸 카세트 테이프... '멸종' 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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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까지 낸 카세트 테이프... '멸종' 면할 수 있을까

입력
2016.10.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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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음악도 카세트 플레이어로 듣는 시대다. 보이그룹 샤이니가 새 앨범 '원 오브 원'을 최근 카세트테이프(사진)로 발매했다.
아이돌 음악도 카세트 플레이어로 듣는 시대다. 보이그룹 샤이니가 새 앨범 '원 오브 원'을 최근 카세트테이프(사진)로 발매했다.

“샤이니 카세트테이프 있나요?”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음반 매장 교보핫트랙스 광화문 점. 오전 9시30분 매장 문을 열자마자 여성 고객 5~6명이 계산대로 몰려 들었다. 아이돌그룹 샤이니의 새 앨범 ‘원 오브 원’이 카세트테이프로도 발매됐는데, 온라인 사전 예약 주문에 실패한 팬들이 현장 판매 분을 사기 위해 음반 매장을 찾은 것이다. 교보핫트랙스 광화문점 직원에 따르면 이날 오전 매장에 풀린 소량의 현장 판매 분은 바로 동이 났다. 샤이니의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는 애초 한정판으로 카세트테이프를 1,000개만 제작했으나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뜨거워 추가 제작에 들어갔다. 아이돌 그룹이 CD와 MP3에 밀려 오래 전 퇴물이 된 카세트테이프로 새 앨범을 발매하고 나선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접속 아닌 소유… ‘아날로그 굿즈’ 카세트테이프의 매력

코가손 등 인디 음악인 중심으로 이뤄졌던 카세트테이프 제작 바람이 주류 음악 시장에까지 불고 있다. 대중 문화에 전반적으로 불고 있는 ‘복고 열풍’에, 이를 바라보는 10~20대의 ‘복고 문화’에 대한 뜨거운 호기심이 바탕이 됐다. K팝 아이돌 그룹의 음악을 주로 소비하는 세대는 10대로, 카세트테이프를 써 본 적 없는 이들에게 카세트테이프 구매는 ‘새로운 놀이’다.

샤이니의 카세트테이프를 산 이다영(20)씨는 “카세트테이프가 흔치 않아 소장용으로 샀다”고 말했다. 음원 사이트를 통한 접속이 아닌 소유에 대한 흥미다. 이씨뿐 만이 아니라 지난 6월 열린 서울레코드페어에서 인디 음악인의 카세트테이프를 산 이들의 상당수는 카세트플레이어가 없는데도, 카세트테이프를 구매했다. 음악은 음원으로 듣고, 카세트테이프는 ‘아날로그 굿즈(goods·상품)’로 즐기고 있는 것이다.

카세트테이프를 손에 쥐고 음악을 듣는 일 자체가 놀이가 되기도 한다. 최재명(24)씨는 “카세트테이프만의 음질에 대한 매력은 모르겠다”면서 “카세트 플레이어로 음악을 듣는 자체가 흥미롭고 과거로 돌아간 느낌이라,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카세트테이프를 내면 살 것 같다”고 말했다. 카세트테이프를 “가수들의 새로운 먹거리”(고건혁 붕가붕가레코드대표)로 보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중국 공장 사라지면 우리도 끝”…카세트테이프의 불안한 미래

‘사망 선고’를 받은 줄 알았던 카세트테이프의 부활을 바라보는 제조업계의 분위기는 “일부 이벤트 일 뿐”이라며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눈치다. 인디 음악인들이 카세트테이프 제작을 의뢰하는 일이 늘긴 했지만, 200~300개 수준이라 사양 시장에 활력을 주긴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언제 카세트테이프 제작이 끝날 줄 모른다”는 걱정이 크다. 국내 카세트테이프의 생산 기반은 취약하다. 카세트테이프의 케이스를 만드는 공장이 단 두 군에 밖에 없는 데다, 녹음 테이프를 만드는 곳은 한 곳도 없어 전량을 중국에서 수입한다. 카세트테이프 제작사 테이프랜드의 이종수 대표는 “중국에 있는 공장이 문을 닫으면 우리도 끝”이라며 “워낙 제작 수량이 적어 제조업체 대부분이 혼자서 만드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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