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 경기 활황에 가계대출 급증
자금 조달 저렴ㆍ가산금리는 높여
순이익 작년 대비 10~30% ‘쑥’
‘금리 인하기도 금리 인상기도 모두 은행에 호재?’
은행들이 금리 혜택을 쏠쏠히 보고 있다. 저금리는 은행들에게 악재로 받아들여지지만 가계대출 증가세가 외려 호재로 작용했고, 곧 시작될 금리 인상기에는 예대금리 확대로 또다시 수익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올 3분기까지 주요 시중은행들은 작년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괜찮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1일 KEB하나은행은 올 1~3분기 당기순이익이 1조2,60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9,709억원ㆍ하나, 외환은행 실적 단순합산) 대비 29.9% 증가한 규모다. 앞서 3분기 실적을 공시한 신한ㆍKB국민ㆍ우리은행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30% 상승한 1조~1조5,000억원대 누적 순이익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은행에 악재로 여겨지는 기준금리 인하(지난 6월)에도 은행들이 호실적을 보인 것은 저금리와 주택경기 활황으로 가계대출 수요가 급증한 덕이다. 6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해 말 485조6,000억원에서 지난 9월말 521조6,000억원으로 36조원 넘게 증가했다. 특히 가계대출에서 기준금리 인하 폭보다 가산금리 인상 폭을 더 높게 가져가며 예대마진(대출이자-예금이자) 증대 효과를 톡톡히 봤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 기준으로 6월말과 9월말을 비교하면, 기준금리는 0.25%포인트 떨어졌지만 가산금리는 1%포인트 가까이 올랐다”며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마진 관리에 나선 결과”라고 설명했다.
저금리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의 자금이 금리가 0.3%대에 불과한 요구불예금에 쌓이면서 은행들이 자금을 저렴하게 조달할 수 있었던 것도 호실적의 원인으로 꼽힌다.
올 연말 미국의 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국내외에서 단계적인 금리인상기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소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국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 시차가 있겠지만 우리나라도 금리 인상 대열에 합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통상 금리인상기에는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가 더 빨리 반응해 금리인상은 예대마진을 더 늘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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