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경제위기 이후 지원 급감
MBA 취득 전후 연봉차 미미하고
창업ㆍ온라인 열풍에 “시간 낭비”
1년 과정 도입한 유럽 경영대학원
지난해보다 지원자 증가해 ‘활로’
대학원 간 인수합병도 활성화
기업가들의 ‘필수 스펙’으로 여겨지던 경영대학원(MBA) 석사과정이 존폐의 위기를 맞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대폭 감소한 서구사회의 MBA 지원규모가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존폐 위기에 놓인 글로벌 경영대학원들은 학생들을 구하다 못해 통폐합 등으로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2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경영대학원 입학시험 GMAT를 주관하는 경영대학원입학위원회(GMAC)의 최신 조사 결과를 인용, 올해 2년제 풀 타임(full-time) MBA 과정을 운영하는 미국 경영대학 중 53%에서 지원자가 감소했다고 전했다. 리치 라이언 버클리대 하스(Haas)비즈니스스쿨 총장은 인터뷰에서 “향후 5년 내지 10년 안에 전 세계 1만3,000개 경영대학원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FT에 따르면 장기화된 경기 침체로 야기된 불안감이 MBA 지원 급감의 최대 요인이다. 미국의 내로라하는 명문 MBA 과정 학비는 2년 평균 12만 달러(약 1억 3,600만원)에 육박한다. 그러나 하버드대를 제외한 상위 100곳 경영대학원 졸업생의 MBA 취득 전후 연봉 차는 미미한 것으로 밝혀졌다. GMAC 조사에 참여한 상당수 경영대학원은 “진로와 보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MBA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지 않으려 한다”고 털어놨다.
‘스타트업’ 붐에 따라 학교 대신 창업 현장으로 달려가는 청년이 늘면서 MBA의 위기는 심화되고 있다. 테크 스타트업 창업을 지원하는 ‘풀 스택 아카데미’의 마크 데이비스는 FT 인터뷰에서 “뉴욕 스타트업 커뮤니티에는 MBA를 포기하고 ‘현실 대학’에 부딪쳐보기로 결심한 이들이 아주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나도 MBA를 이수했지만 창업을 생각하는 이들에게 MBA는 시간 낭비”라며 “교실 밖에서 더 좋은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공개 수업(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 등 대체재도 MBA 진학급감의 요인이다. 누구든지 원하기만 하면 MOOC를 통해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이나 예일대, MIT 등 유명 경영대학원의 MBA 강의를 무료로 수강할 수 있다. 학위를 받을 수는 없지만, 과목별 수료증은 몇 십 달러만 지불하면 발급받을 수 있다. MOOC 외에 야간 MBA 과정을 택하는 학생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유럽의 경영대학원은 1년제 MBA과정을 위기의 돌파구로 삼고 있다. 실제 GMAC 조사에서도 올해 유럽의 1년제 경영대학원 가운데 70% 이상은 지난해보다 지원자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년제 단기 MBA 과정을 최초로 도입한 프랑스 퐁텐블로의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의 지원자 수는 25%나 증가했는데, 이 대학은 FT가 집계한 2016 글로벌 MBA 순위에서 하버드를 누르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글로벌 경영대학원 간 인수합병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애리조나 대학은 1946년에 설립된 선더버드 경영대학원을 인수했다. 프랑스에서는 유서 깊은 루앙 경영대학원과 랭스 경영대학원이 2013년 네오마 경영대학원으로 통합됐고, 영국에서도 하트퍼드셔에 위치한 애쉬리지 경영대학원이 미국의 헐트 경영대학원에 인수됐다. 미국직업교육협회(ACBSP)는 이 같은 통폐합 움직임이 앞으로 10년 간 활발하게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강유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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