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미르ㆍ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에 검사를 추가로 투입해 수사팀이 5명으로 늘어났다. 어제는 K스포츠재단 전 이사장과 미르재단 실무자 2명을 불러 조사했다. 시민단체 고발 후에도 한 달 가까이 청와대 눈치만 보다가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수사 지시를 내리자 갑작스레 분주해진 모습이다.
검찰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는 있지만 얼마나 의혹을 파헤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은 두 재단의 설립 및 모금 과정에서 불거진 청와대와 최씨의 작용 의혹과 최씨가 자신의 개인 회사를 통해 두 재단의 자금을 빼돌리려 했다는 의혹이다.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특혜 입학 의혹도 수사팀이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이 가운데 최대 의혹이라고 할 재단 설립과 모금 경위 수사는 시작부터 난관에 부닥쳤다. 박 대통령이 두 재단 설립에 대해 “의미 있는 사업이며 재계가 순순한 참여 의지를 가지고 주도한 것”이라고 분명히 못박았기 때문이다. 이 발언은 ‘적어도 모금 과정에는 불법이 없었다’는 의미로 사실상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과 다름없다. 마지못해 수사에 나선 검찰이 박 대통령의 이런 뜻을 거슬러 가며 수사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재단 기금의 유용 부분도 이미 수사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재단 설립 의혹이 불거진 뒤 관련 서류 폐기 움직임이 포착된 데다 최씨가 설립했다는 ‘더 블루K’도 지난 9월에 사무실을 폐쇄한 상태다. 수사 초기 단계에서 이뤄져야 할 증거 확보를 소홀히 한 바람에 빚어진 일이다. 게다가 수사를 미적대는 동안 최씨 모녀는 이미 독일로 출국해 소재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들이 검찰 소환에 쉬이 응하지 않으면 수사 장기화 가능성마저 엿보인다.
검찰은 권력 핵심과 관련된 수사에서 으레 약한 모습을 보여 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매입 의혹 당시 사실을 확인하고도 핵심 관계자 전원을 불기소 처분했다. 현 정부 들어 최씨의 전 남편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 수사 때도 검찰은 박 대통령의 ‘찌라시’발언에 따라 “문건 내용은 허위”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최근에도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수사 내용을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나 수사 의지를 의심받았다. 최씨와 두 재단의 비리 의혹은 적당히 덮을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 검찰이 이번에도 진실을 밝혀내지 못하면 두고두고 큰 부담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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