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규모 7.0의 강진이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을 강타하자 이 지역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건물 붕괴와 도로 파손으로 일본 중앙 정부에서 마련한 식품 등 구호물자는 이재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이 때 이재민들에게 희망의 빛이 된 게 다름 아닌 편의점이다. 해당 지역 편의점들은 이재민들에게 필요한 식수와 주먹밥 등의 생필품을 지원하며 긴급 구호활동에 앞장섰다. 최근 국내에서도 편의점의 이러한 공익적 인프라 기능이 확대되고 있어 주목된다.
CU편의점 30여개 점포는 지난 20일 국가안전처로부터 ‘재난구호편의점 인증서’를 수여 받았다.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당시 격리됐던 전북 순창 장덕마을과 올 초 폭설로 6만여명의 관광객이 고립됐던 제주공항 등에 컵라면, 즉석밥, 통조림 등을 전달함으로써 응급구호물품 수송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았다. CU편의점은 지난 6일 태풍 차바로 큰 피해를 입은 경남 양산 지역에도 2만여개의 긴급구호물품을 전달한 바 있다.
사실 편의점 업계는 여성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일찌감치 힘써왔다. CU편의점과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씨스페이스 등을 회원사로 둔 한국편의점산업협회는 지난 2014년부터 서울시와 업무 협약을 맺고 ‘여성안전지킴이 집’ 제도를 시행중이다. 이런 편의점엔 무선 비상벨 등의 112 핫라인 신고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위급 상황에 처한 밤길 귀가 여성들이 도움을 청할 수 있다. 협회측은 673개 ‘여성안전지킴이 집’ 점포를 연말까지 1,000개로 늘릴 예정이다.
365일 24시간 문을 여는 편의점에서는 약국 문을 닫은 주말이나 휴일에 진통제나 감기약, 소화제 등의 비상약도 구할 수 있다. ‘의료기기 판매업 신고’를 한 편의점에선 임신테스트기도 구입할 수 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 관계자는 “앞으로도 지역 주민에게 도움을 주고 국민들의 편익을 증진시킬 수 있는 공익적 서비스 발굴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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