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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북한 붕괴론’이라는 환상

입력
2016.10.2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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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수비-02] 20일 청와대에서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하고있다./2016.10.20 / 고영권기자 /2016-10-20(한국일보)
[대수비-02] 20일 청와대에서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모두발언을 하고있다./2016.10.20 / 고영권기자 /2016-10-20(한국일보)

중국의 한반도 정책 3원칙이 비핵화, 평화ㆍ안정,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건 이제 상식이다.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한 여러 논의나 언론 보도에서 중국의 비중이 커진 결과다. 중국은 올 초 북한이 4차 핵실험 도발을 감행했을 때 “어느 것 하나도 빠져선 안된다”(왕이 외교부장)고 했고, 지난달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 직후 발표한 외교부 긴급성명에서도 3원칙을 일일이 거론한 뒤 “중국 정부의 변함 없는 입장”이라고 못박았다.

중국 정부의 3원칙은 언뜻 봐도 북한에 숨통을 틔워주는 효과가 있다. 한반도 비핵화 원칙은 북한을 향한 경고이면서 동시에 한국과 일본, 대만 등지의 핵무장론을 겨냥한 것이라 치더라도 나머지 2개 원칙은 한미일 3국이 북한에 대해 직접적인 물리력을 동원하기 어렵게 하는 완충지대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한미일 3국이 김정은 체제의 붕괴를 유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중국의 동의 없이는 현실화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중국 내부에선 그러나 북한과의 관계 재설정 문제가 난제인 것 또한 사실이다. 북한 포기론과 포용론을 둘러싸고 10여년 간 내부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양측은 북한의 지정학적 가치, 북한의 핵 보유 여부, 대북 경제원조, 한국에 대한 시각 등 거의 모든 쟁점에서 이견을 보인다고 한다. 포기론자들은 한중관계의 발전에 따라 미래 통일한국에 대해서도 지렛대를 충분히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포용론자들은 미중 충돌시 한국은 미국 편이라고 여기는 식이다.

특히 흥미로운 건 내부에서 정반대의 논리가 공존하는 만큼 특정한 상황이 벌어지면 어느 쪽으로든 의견통일이 쉽게 이뤄진다는 점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한반도 배치 논란 이후 북한 포기론에 기울었던 국방부ㆍ외교부가 한국 정부를 겨냥한 압박의 최일선에 서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모든 나라의 외교ㆍ안보정책이 국익을 최우선시한다는 점에서 특별할 게 없어 보일지 모르지만, 한중관계의 변화는 동시에 어떤 식으로든 북중관계에 투영된다는 점에서 허투루 넘길 수 없는 대목이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이 사실상 ‘북한 붕괴론’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박근혜 대통령은 진작부터 기회 있을 때마다 이를 기정사실화해왔고 그 수위 역시 점차 높여왔다. 지난해 7월 통일준비위원회 회의에서 “내년이라도 통일이 될지 모른다”고 했던 박 대통령은 올해 첫 날 국립현충원 방명록에 “한반도 평화통일을 이뤄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2016년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적었다. 최근 들어선 국군의 날 기념식을 포함해 연일 북한 엘리트층과 주민들의 탈북을 공개 권유하고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제재ㆍ대화 병행론에 대해 “북한에 시간만 벌어주는 것”이라며 단호하게 거부하는 것,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위해 흡사 병영국가를 지향하는 듯한 모습 등은 모두 ‘조금만 더’ 강하게 밀어붙이면 김정은 체제가 조만간 붕괴할 거란 가정에 근거하고 있다. 1994년 여름 김일성 주석의 갑작스런 사망, 2011년 말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2013년 말 장성택 처형 이후 등 북한 권력층 내부에서 큰 일이 벌어질 때마다 북한 붕괴론은 여지없이 한국 사회를 배회했다. 지금은 김정은의 잇따른 도발로 국제사회의 압박이 심화하고 있는 때다. 보기에 따라 박근혜 정부는 출범 첫 해부터 계속 북한 붕괴론에 기반해온 듯하다.

단언컨데 북한 체제는 한미일 3국이 아무리 강력한 제재안을 내놓더라도 결코 붕괴하지 않는다. 더 정확히 말하면 북한 대외무역의 90%를 점하고 있고 원유와 식량을 제공하고 있는 중국이 있는 한 붕괴하지 않는다. 북한 붕괴론에 근거한 박근혜 정부의 외교ㆍ안보정책이 내치용이란 의구심을 그래서 떨쳐버리기 어렵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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