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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전 대통령이 보여준 ‘패자의 품격’

입력
2016.10.2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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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H.W.부시 전 대통령의 자필 편지. 힐러리 클린턴 인스타그램 캡처.
조지 H.W.부시 전 대통령의 자필 편지. 힐러리 클린턴 인스타그램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선거 불복 가능성을 언급해 분란을 일으킨 가운데, 트럼프와 정반대로 ‘패자의 품격’을 보여준 조지 H.W 부시(92) 전 대통령의 과거 편지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 등은 20일(현지시간) 부시 전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후임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남긴 편지가 재조명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화제의 편지는 부시 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해 백악관을 떠나던 1993년 1월 백악관의 새 주인인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직접 남긴 자필 편지다.

‘빌에게’(Dear Bill)로 시작하는 한 장의 편지에서 부시 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로 들어오는 지금, 당신도 4년 전 내가 그랬던 것처럼 놀라움과 경의를 느낄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당신이 이곳에서 행복하길 빈다”며 “매우 힘든 시간도 있을 것이고 당신이 공정하지 않다 여기는 비판 때문에 어렵겠지만 그런 비판자들 때문에 낙담하거나 항로를 벗어나지 말라”고 조언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편지를 읽을 때 당신은 ‘우리의’ 대통령이 돼 있을 것”이라며 “당신의 성공이 곧 미국의 성공이며 난 당신을 강력히 응원한다”고 지지 의사까지 표현했다.

부시 전 대통령의 편지는 6월 클린턴 전 대통령의 아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를 통해 알려졌으나, 최근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대선 패배 시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식의 발언을 내놓자 그와 대조되는‘민주주의의 교과서’로 재평가 받고 있다. LAT는 진흙탕 싸움에 가까운 올해 대선을 비판하며 “부시의 편지가 정중한 선거를 원하는 국민의 열망에 불을 붙였다”고 극찬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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