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 풀이 월드시리즈’가 무르익었다. ‘염소의 저주’ 탈출에 도전하는 시카고 컵스가 71년 만의 월드시리즈 진출에 1승만 남겨 놓았다.
컵스는 2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7전4선승제) 5차전에서 8-4로 승리했다. 시리즈 전적 1승2패로 밀렸던 컵스는 4차전과 5차전을 연거푸 잡아내며 다시 3승2패로 우위를 점했다. 23일부터 홈구장인 시카고 리글리필드로 돌아가 열리는 6, 7차전 가운데 한 경기만 더 이기면 전날 월드시리즈(7전4선승제)에 진출한 클리블랜드와 대망의 우승 트로피를 놓고 격돌한다. 2004년‘밤비노의 저주’의 저주가 풀리면서 메이저리그의 가장 지독한 저주로 남아 있는 ‘염소의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컵스의 마지막 월드시리즈 우승은 1908년이다. 월드시리즈 진출도 1945년 이후 한 차례도 없었다. 월드시리즈에 선착한 클리블랜드는 68년 만에‘와후 추장의 저주’를 깨고 우승을 노리고 있어, 역사상 가장 흥미진진한 월드시리즈 대진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역대 챔피언십시리즈에서 2승2패로 맞섰다가 5차전을 잡은 팀이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확률은 70%(57번 중 40번)다.
컵스의 전날 상승세가 이어진 5차전이었다. 1회초 컵스는 선두타자 덱스터 파울러가 다저스 선발 마에다 겐타를 공략해 중전안타로 출루했다. 크리스 브라이언트가 외야 플라이로 물러났지만, 전날 3안타를 몰아치며 타격 부진에서 벗어난 앤서니 리조가 우익수 쪽 2루타로 선취점을 올렸다. 1-0으로 앞선 4회초에는 선두타자 하비에르 바에스의 2루타와 제이슨 헤이워드의 몸에 맞는 공으로 무사 1ㆍ2루 기회를 만들었지만 후속타 불발로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그러나 마에다를 조기에 끌어내렸다.
다저스는 4회말 반격에서 동점을 만들었다. 1사 후 하위 켄드릭이 컵스 선발 존 레스터를 공략해 2루타로 출루한 뒤 3루를 훔쳤다. 3루심 에릭 쿠퍼가 아웃을 선언하자 다저스 벤치는 비디오 판독을 요청해 판정번복을 이끌어냈다. 이어 애드리안 곤살레스의 내야 땅볼이 나왔는데 전진 수비하던 리조가 홈 대신 1루를 선택해 경기는 1-1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컵스는 6회초 홈런포로 균형을 깼다. 선두타자 바에스가 중전안타에 이은 도루로 무사 2루 기회를 잡았다. 헤이워드가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1사 후 에디슨 러셀이 다저스 4번째 투수 조 블랜턴의 실투 슬라이더를 놓치지 않고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투런아치를 그린 것. 승기를 잡은 컵스는 8회초 1사 2ㆍ3루에서 덱스터와 브라이언트의 연속 내야안타로 2점을 보탰고, 2사 만루에서는 바에스의 싹쓸이 3타점 2루타로 3점을 더 내며 8-2로 달아나 승부를 결정지었다.
다저스는 8회와 9회 각 1점씩을 얻었지만 승부를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레스터는 7이닝 동안 5피안타 6탈삼진 1볼넷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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