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불복 가능성 계속 제기
“결과 의심스러우면 소송할 것”
선대본부장도 “그때 가서 봐야”
공화당은 ‘선 긋기’… 진화 나서
매케인 “패배 인정해야” 일침
미국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보가 전날에 이어 20일에도 대선 결과 불복 가능성을 내비쳐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오하이오 주 델라웨어 유세에서 “모든 유권자와 나의 지지자들, 그리고 모든 미국인에게 이 역사적인 대선 결과를 전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점을 약속하고 싶다. 다만 내가 이길 경우에만…”이라고 말했다. 또 “나는 확실한 선거 결과만 수용할 것”이라며 “만약 결과가 의심스럽다고 느껴지면 이의를 제기하고 법적으로 소송을 제기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승리하면 그 결과를 수용하지 않을 수 있으며, 법적 소송도 불사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트럼프 진영의 켈리엔 콘웨이 선대본부장도 이날 ABC 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대선 결과가 실제로 입증ㆍ확인될 때까지는 결과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주장을 뒷받침했다. 트럼프는 전날 대선후보 3차 TV토론에서 대선 결과 승복 여부에 대한 진행자 질문에 “그때 가서 말하겠다”며 불복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트럼프의 ‘선거 불복’ 발언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물론이고 같은 공화당 진영에서도 반발을 사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풀로리다 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클린턴 후보 지원연설에서 “(트럼프 발언은) 웃을 일이 아니다”며 “선거 통합성에 대해 의혹의 씨앗을 뿌리는 트럼프의 시도는 미국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공격했다.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패배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주장한 유일한 주요 정당 후보”라면서 “(트럼프의 발언은) 국민의 마음 속에 우리의 선거 합법성에 대한 의문의 씨앗을 뿌리려 하고 우리의 민주주의를 훼손하려 하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영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도 이날 애리조나 주 유세에서 “누가 이기고 지는지는 유권자들이 결정하는 것”이라면서 “대선 후보가 우리 목소리를 묵살하고 선거 결과에 불복하겠다고 위협하는 건 곧 미국이라는 개념 자체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도 연방 상ㆍ하원 선거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즉각 트럼프 발언과의 ‘선 긋기’를 시도했다. 공화당전국위원회(RNC)의 션 스파이서 홍보국장은 “(트럼프는) 선거 결과를 100%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트럼프가 확실하게 선거에서 이길 것이므로 문제가 될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2008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나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패했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도 “패배 인정은 정중함을 보여주는 태도일 뿐만 아니라 국민의 뜻을 존중하는 행위이자 모든 미국 지도자들의 첫 번째 책임”이라고 트럼프를 비판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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