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전직 장관이 회고록을 통해 한때 보필했던 대통령을 비판하는 일이 드물지 않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만 해도 중동정책을 둘러싸고 퇴임한 측근들로부터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로버트 게이츠(72) 전 국방장관은 2014년 내놓은 ‘의무: 전장에 선 장관의 회고록’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빠져나올 생각만 했다”며 전쟁 지도력을 비판했다. 또 “스스로 승인한 전쟁 전략과 직접 임명한 사령관도 믿지 못했으며,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을 싫어했다”고 폭로했다. 게이츠 전 장관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발탁했지만 오바마 1기 정권까지 4년6개월간 국방장관을 지냈다.
게이츠 전 장관은 당시 회고록에서 동료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조 바이든 부통령도 싸잡아 공격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2008년 대통령 후보 경선을 앞두고 정치적 목적으로 이라크전 병력 증원에 반대했으며, 바이든 부통령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주요 외교정책과 국가 안보사항에 대해 잘못을 저질렀다’고 비난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국방장관을 지낸 리언 파네타도 회고록 ‘값진 전투들’에서 시리아 아사드 정권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유약한 대응을 질타했다. 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 사용이라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는데도 제재를 가하지 않는 바람에 시리아 내전의 수렁이 깊어졌다는 것이다. 또 “대통령의 우유부단한 결정 때문에 IS와의 싸움이 어쩌면 30년이 걸리는 어려운 전쟁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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