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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금융위, 우리은행장 낙하산說, 부인할 자격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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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금융위, 우리은행장 낙하산說, 부인할 자격 있나

입력
2016.10.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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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금융위, 우리은행장 낙하산說, 부인할 자격 있나

이성택 경제부 기자

금융위원회는 19일 저녁 짤막한 보도참고자료 한 장을 배포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전직 관료 출신 ‘낙하산’ 행장 임명설이 높아지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금융위는 “은행장 낙하산설 등 근거없는 시장루머를 보도하는 것은, 확고한 의지로 추진 중인 우리은행 매각에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 적어도 자료로만 보면, ‘확고한 민영화 의지에 낙하산은 어림도 없다’는 결기마저 느껴진다.

하지만 최근 금융권 곳곳에서 벌어지는 낙하산 행렬을 보면, 이런 금융위의 결기가 과연 지켜질 지 의문을 떨칠 수 없다.

19일 은행연합회는 금융위 간부 출신의 홍재문 전 한국자금중개 부사장을 전무로 임명했다. 앞서 지난 8월 생명보험협회 전무에 송재근 전 금융위 과장이 임명된 것과 비슷한 ‘전관 출신의 협회 2인자 자리 차지’다. 손해보험협회 전무 자리에도 전직 금융감독원 국장이 내정돼 출근 날만 기다리고 있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앞서 금융위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관피아(관료+마피아) 낙하산 관행을 없애겠다”며 각 금융협회 정관까지 고쳤다. 전관 출신이 단골로 가던 협회 부회장 자리를 없애고 ‘민간 전문가를 초빙하라’는 취지의 전무 직을 만든 주체가 바로 금융위였다. 그런데 어느덧 비판 여론이 잠잠해지자 이번엔 전무 자리에 다시 낙하산을 투하하고 있는 셈이다.

20일엔 또 다른 낙하산 소식이 들려왔다. 공직유관단체로 분류돼 공직자취업심사 대상에서조차 빠져 있는 한국증권금융 부사장에 현직 금감원 임원(부원장보)이 내정됐다는 것이다. 한국증권금융은 지난달 초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 출신 인사가 상임감사에 선임돼, 최근 국정감사에서 “낙하산 집합소”란 질타까지 들었던 곳이다. 하지만 국감이 끝나자마자 언제 머리를 조아렸냐는 듯이 다시 낙하산 행렬이 계속되고 있다.

금융위의 보도참고자료처럼, 우리은행장 낙하산설이 부디 근거없는 루머에 그치길 바란다. 다만 끝없는 낙하산 행렬을 묵인하며 시장 루머를 잇따라 현실로 만들고 있는 주인공 역시 지금의 금융위라는 걸 유념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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