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부살인 추궁… 공범 추적
필리핀에서 한국인 3명이 살해된 사건의 유력한 피의자가 국내에서 검거됐다. 경찰은 현지에 거주 중인 공범을 쫓는 한편, 이번 사건이 피살자들에게 앙심을 품고 벌어진 청부살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20일 경찰청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19일 경남 창원시에서 30대 피의자 김모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김씨를 서울로 호송해 이틀째 조사 중이다.
김씨는 이달 4일 필리핀으로 출국해 A(48)씨와 B(49ㆍ여), C(52)씨 등 한국인 3명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혐의(살인)를 받고 있다. 김씨는 범행 이틀 후인 지난 13일 한국으로 돌아와 잠적했다. 경찰은 또 김씨가 필리핀에 머무를 때 함께 지낸 30대 박모씨를 주범으로 보고 현지 경찰을 통해 소재를 추적 중이다.
조사 결과 두 사람은 일정한 직업 없이 한국과 필리핀을 오가며 온라인도박과 이른바 정킷방(카지노 업체에 보증금을 주고 빌린 VIP룸)에 투자하던 인물로 밝혀졌다. 박씨는 9월15일 필리핀으로 출국한 사실이 확인됐지만 이후 종적이 묘연한 상태다.
A씨 등 3명은 지난 11일 필리핀 산페르난도 바콜로시 사탕수수밭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지난해 서울 강남구에 J법인을 설립, 고수익을 미끼로 해외통화 선물거래(FX마진거래) 투자금 150억원가량을 끌어 모아 가로챈 뒤 8월 필리핀으로 출국했다가 살해됐다.
경찰은 김씨를 상대로 청부살인 여부를 집중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발생 시점을 전후로 출입국관리기록을 조사하면서 김씨를 특정했다”며 “현재 김씨는 범행 동기와 공범 소재 등 청부살인과 연관된 진술을 거부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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