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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지시 직후 미르ㆍK재단 수사 급물살 예상… 가이드라인 논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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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지시 직후 미르ㆍK재단 수사 급물살 예상… 가이드라인 논란도

입력
2016.10.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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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국장급 2명 참고인 등

때 맞춘듯 재단 관여 인물 소환

“의미있는 사업… 기업 순수 참여”

수사 방향 제시 아닌가 비판론

“수사 첫 타깃은 더블루K” 전망 속

‘최순실 개인비리’ 매듭 가능성도

재단관계자 통화내역 영장 발부

수석비서관 회의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오후 청와대에서 대통령 주재 수석 비서관 회의를 열고 있다. 모두 발언을 통해 박 대통령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고영권 기자
수석비서관 회의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오후 청와대에서 대통령 주재 수석 비서관 회의를 열고 있다. 모두 발언을 통해 박 대통령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고영권 기자

현 정권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씨의 미르ㆍK스포츠재단 사유화 의혹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철저한 수사’를 주문함에 따라 검찰의 발걸음도 빨라지게 됐다. 지금까지는 청와대 눈치를 본 탓인지 수사에 소극적이었던 검찰이 부담에서 벗어난 만큼 조만간 압수수색 등에 나설 공산이 크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두 재단과 관련해 ‘의미 있는 사업’, ‘기업들의 순수한 참여 의지’ 라고 언급한 데 대해선 “또 수사가이드 라인을 제시한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검찰은 이날 처음으로 두 재단 설립과정에 관여한 인물들을 불러 조사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 한웅재)는 이날 오후 재단 설립 허가를 관장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국장급 관계자 2명을 참고인으로 소환했다. 지난달 29일 시민단체가 최씨와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등을 고발한 지 약 3주 만이다. 검찰은 두 재단 관계자들의 통화내역 조회 영장도 법원에서 발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우선 미르와 K스포츠의 설립 절차 및 경위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각각 세워진 두 재단은 법인 설립 신청서를 낸 지 단 하루 만에 문체부에서 초고속으로 허가증을 받았다. 신청서류는 복사판일 정도로 거의 같았고, 함께 제출한 창립총회 회의록은 거짓 작성된 흔적이 드러났다. 미르(486억원)와 K스포츠(288억원)는 대기업들로부터 총 774억원의 출연금을 끌어 모았는데, 이 부회장은 “내가 주도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마치 군사작전 하듯 이뤄진 설립 과정을 볼 때 청와대가 배후에 있다는 의구심이 일었다.

지금까지 검찰 수사는 지지부진했다. 미르ㆍK스포츠 관련 의혹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는데도 수사팀은 고발인 조사에 그쳤고, 검찰 관계자는 “의혹과 범죄 혐의는 다르다. 현재로선 명확한 범죄혐의를 찾기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면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 결국 최씨의 개인회사로 서울 청담동에 있는 ‘더블루K’가 첫 타깃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이 이날 “어느 누구라도 재단과 관련해서 자금유용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대기업이 낸 출연금이 K스포츠와 더블루K를 거쳐 현재 독일에 거주 중인 최씨 측으로 실제로 전달됐는지가 검찰이 들여다 볼 핵심 의혹이라는 뜻이다.

최근 언론 보도로 최씨가 실소유주인 국내와 독일의 유령 회사들이 K스포츠와 밀접한 관련성이 맺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수사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급격히 힘을 얻었다. K스포츠 측이 국내 4대 그룹에 80억원 추가 투자를 요구하면서 사업 주관사로 소개한 곳은 독일의 비덱스포츠라는 페이퍼컴퍼니였는데 이 회사는 최씨 모녀가 지분 100%를 갖고 있는 곳이다. 최씨 심복으로 알려진 K스포츠의 노숭일 부장과 박헌영 과장은 더블루K에서도 일했던 것으로 전해졌는데, 더블루K의 독일 현지 법인 또한 최씨가 소유하고 있다. 특히 비덱은 지난해 말~올해 초쯤 독일의 한 3성급 호텔을 인수했는데, 인수자금 출처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K스포츠에서 최씨 측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통로로 이들 페이퍼컴퍼니 3곳이 활용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두 재단과 관련, 당초 문제가 제기된 강제모금 여부에 대해서는 명쾌한 규명 없이 최씨의 ‘개인 비리’로 사건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자금 유용의 흔적은 상당히 구체적이어서 검찰 수사가 불가피해졌지만, 아직까지 강제모금 의혹을 뒷받침할 관련자 증언이나 물증은 없는 상태다. 만약 정권 실세들의 입김으로 기업들이 미르ㆍK스포츠에 거액을 출연한 게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번 사건은 5공비리 축소판인 ‘일해재단 비리’와 판박이가 되고, 박근혜정부는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게 된다. 두 재단의 ‘순수성’을 강조하며 “불필요한 논란이 중단되기 바란다”고 한 박 대통령 언급은 곧 강제모금 부분으로까진 수사를 확대하지 말라는 가이드라인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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