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종목을 강화해야 한다.’
올림픽이 끝날 때마다 반복되는 말이다.
기초 종목(육상 47개 수영 33개 체조 14개)에는 가장 많은 올림픽 금메달이 걸려 있다. 하지만 한국은 리우올림픽에서 육상, 수영, 체조를 통틀어 단 한 개의 메달도 따지 못했다. 수영 박태환(27)과 체조 양학선(24) 등 ‘천재’에만 의존해왔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반면 일본은 수영과 체조에서 각각 금메달 2개를 거머쥐며 약진했다. 더 놀라운 건 육상이다. 남자 경보 50km에서 아라이 히로키(28)가 동메달을 목에 걸어 올림픽 경보 사상 첫 메달을 수확 한데 이어 미국과 자메이카가 양분하던 남자 4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따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제는 한국도 달라져야 한다. 기초 종목 강화가 공허한 구호로만 맴돌아서는 안 된다. 오랜 진통 끝에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이 통합한 지금이 바로 기초 종목 육성의 토대를 다질 수 있는 적기다. 계은영 고양시 스포츠융합마케팅 전문위원은 “‘일본은 되는데 우리는 왜 못하나’가 아니라 ‘일본은 하는데 우리는 왜 이런 시스템을 못 갖추느냐’의 방식으로 접근해야 해결 방안이 보인다”고 말했다.
급선무는 역시 저변 확대다. 중국과 일본 모두 기초 종목의 저변이 한국과는 비교가 안 된다. 이 중에서도 압도적인 인구와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가 차원에서 영재를 발굴해 키우는 중국보다는 일본의 사례가 한국 현실에 더 맞아 보인다.
2020년 올림픽 개최국 일본은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스포츠 중흥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작년 5월 장관급 부처 스포츠청을 신설해 유망주 육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리우올림픽 전까지 부진한 성적을 거둔 일본이 다시 엘리트 집중 시스템으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본의 엘리트 집중 시스템은 탄탄한 생활체육을 기반으로 했다는 점에서 한국과 완전히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일본은 1961년 스포츠진흥법을 개정한 뒤 생활체육을 강화했고 1980년대에 이미 엘리트와 생활체육 통합의 길을 걸었다. 일본이 ‘생활체육의 천국’이라 불리는 이유다.
당장 기초 종목 등록 선수만 봐도 육상(한국 6,000명ㆍ일본 45만 명), 수영(한국 3,800명ㆍ일본 12만 명), 체조(한국 1,150명ㆍ일본 2만4,300명) 등으로 비교가 안 된다. 한국은 당장 4~5년 후가 아닌 20~30년 뒤를 내다보고 일단 저변을 넓히는데 신경 써야 한다.
인프라 구축도 함께 병행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과거 국민생활체육회의 예산 중 상당 부분은 동호인들의 활동을 위한 보조금으로 흘러 들어갔다. 정치인들이 각종 지원금으로 동호인들의 ‘환심’을 사면서 생활체육단체를 선거를 위한 사조직처럼 활용하는 구태가 만연했던 것이 사실이다. 계 위원은 “생활체육 육성 예산은 동호인 보조금이 아니라 인프라 구축, 시설 설비와 같은 하드웨어 구축에 먼저 사용돼야 한다. 집 밖에 잘 정비된 공공체육시설이 들어서고 누구나 이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고 강조했다. 한국수영장경영자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민간수영장과 학교수영장, 관공서에서 운영하는 수영장을 합쳐 약 1,300여 개에 불과하지만 일본은 3만5,000개에 달한다. 저변 확대와 그물망 같은 촘촘한 인프라 구축은 수레의 양 바퀴처럼 함께 굴러가야 한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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