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남갈등 심리전도 병행
북한이 한미의 외교 국방 장관들이 워싱턴에서 대북 제재를 논의한 데 대응해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북한은 ‘송민순 회고록’을 둘러싼 국내 정치권의 ‘북한 내통’ 논란을 겨냥해 박근혜 대통령의 방북 행적을 공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이 무력시위에다 남남갈등을 노리는 심리전도 병행하는 양상이다.
북한은 20일 오전 7시께 평안북도 구성시 방현 비행장 인근에서 무수단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지만 실패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합동참모본부는 “발사 실패 미사일은 무수단 미사일로 추정되며 최근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추가 도발을 감행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앞서 북한은 지난 15일에도 구성시에서 무수단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발사 수초만에 공중폭발했다. 이로써 지난 4월 15일을 시작으로 모두 8차례 발사된 무수단 미사일은 지난 6월 22일 한 차례의 성공을 제외하면 모두 실패했다. 북한이 무수단 미사일 성능 입증을 위해 조만간 다시 도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의 이날 무수단 미사일 발사는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외교ㆍ국방(2+2) 장관회의가 끝난 직후에 감행됐다. 북한은 사거리 3,000~4,000km로 미국 괌기지를 타격권에 넣는 무수단 미사일을 재차 발사함으로써 한미의 대북 공동 대응에 밀리지 않겠다는 오기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또 이날‘국가우주개발국’ 대변인 담화를 통해 “우리의 주체위성들은 박근혜 역적패당의 가소로운 방해 책동을 박차고 만리창공 높이 계속 솟구쳐 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위성’ 발사를 명분으로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한편 북한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는 이날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2002년 5월 평양 방문을 거론하면서 체류 기간 행적을 공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화협은 “닭똥 같은 눈물도 흘리고 우리 인민들의 강렬한 통일 의지와 열망에 탄복도 하였으며 제 눈으로 직접 우리의 놀라운 현실을 보고 그에 대해 찬양하는 발언도 적지 않게 한 박근혜”라며 “평양체류 기간의 그의 행적을 다 공개해놓으면 ‘북체제 찬양, 고무죄’ 등 ‘보안법’에 걸려 처형되고도 남음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여권이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을 활용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07년 11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과정에서 북한과 ‘내통’했다고 공세를 펴는 것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그러면서도 당시 남측이 북측에 북한인권결의안에 대한 의견을 물었는지에 대해선 침묵을 지키고 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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