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ㆍK스포츠재단 의혹 관련
검찰에 철저한 수사 지시
“퇴임후 대비 사실 아냐” 일축
최순실 논란 침묵 깨고 첫 언급
“기업들 뜻 모아 만든 재단”
靑 강제모금설 부인… 수사 영향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은 20일 대기업들이 낸 미르ㆍK스포츠재단 자금을 최순실(60ㆍ최서원으로 개명)씨가 빼돌려 쓰고 재단을 사유화했다는 의혹에 대해 “어느 누구라도 재단과 관련해 자금 유용 등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재단들을 저의 퇴임 후를 대비해 만들었다는데, 그럴 이유도 없고 사실도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이 같이 밝혀, 최씨의 비리 의혹을 ‘청와대와 무관한 일’로 규정하고 청와대가 재단 자금 모금을 주도했다는 논란을 일축했다. 박 대통령은 미르ㆍK스포츠재단과 최씨 의혹이 제기된 지 한 달 만에 상황 정리에 직접 나섰다. 그러나 의혹의 구체적 정황들이 이미 제시된 단계에서 박 대통령의 뒤늦은 대응으로 논란을 진화하고 국정 동력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 대통령이 ‘재단 자금 유용 등의 엄정한 처벌’을 거론한 것은 정권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씨의 비리 여부를 철저히 수사할 것을 검찰에 촉구한 것이라고 청와대 참모들은 설명했다. 다만 박 대통령은 최씨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최씨 사건은 권력형 비리라는 의혹을 받고 있음에도 검찰 특수부나 별도 수사팀이 아닌 부동산 담당 형사부에 배당돼,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심을 부른 터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씨를 감쌀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 박 대통령의 뜻”이라며 “검찰의 적극적 수사를 통해 의혹의 실체가 규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최씨가 박 대통령과의 과거 인연을 내세워 ‘호가호위’ 한 것이 여러 추문을 낳았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수사에서 최씨의 비선실세 설이 정리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청와대 다른 관계자는 “검찰 수사를 우회적이 아닌 직접적으로 촉구한 것이며, 대통령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다 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미르ㆍK스포츠재단의 설립 과정에 대해선 “우리 문화를 알리고 사정이 어려운 체육 인재들을 키워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수익창출을 확대하고자 기업들이 뜻을 모아 만든 것”이라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나서고 기업들이 동의해준 것은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의 ‘자발적이고 순수한 의도’ 였을 뿐 청와대의 ‘강제 모금’이 아니라는 뜻으로, 이는 검찰의 관련 수사에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 것이란 논란을 불렀다.

박 대통령은 또 “의혹이 확산되고 인신 공격성 논란이 계속되면 문화 융성을 위한 기업들의 순수한 참여 의지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며 “그러면 기업들이 더 이상 투자를 하지 않고 한류 문화 확산과 기업의 해외진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대통령은 전경련이 두 재단을 통합해 새 재단을 만들겠다고 한 것에 대해 “문화와 어려운 체육인들을 위한 재단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감독 기관이 감사를 철저히 하고 투명하게 운영되도록 지도ㆍ감독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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