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은행들이 부동산 광풍에 편승해 부실 대출을 양산하고 있어 중국발 대규모 주택담보(모기지)대출 디폴트 발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중국 정부의 저금리 기조와 기업대출 축소로 수익이 줄어든 시중 은행들이 앞다퉈 개인을 대상으로 한 주택담보대출 비율을 늘려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들 은행이 각종 불법 대출을 알선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비은행권 금융기관, 브로커들과 결탁해 급전이 필요한 부동산 매수자들에게 부실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금융당국이 18일 발표한 올해 3분기 은행권대출 통계에 따르면 이 기간 집행된 신규 대출 가운데 60%가 모기지 대출을 의미하는 중ㆍ장기 가계대출이다. 1분기와 2분기 각각 23%와 47%이던 비율의 급증은 중국 은행들이 갈수록 모기지 대출에 의존하는 추세를 보여준다.
WSJ은 중국 은행들의 모기지 대출 증가 현상이 최근 중국 대도시들의 부동산 가격 급등세와 크게 관련있다고 분석한다. 과도한 빚을 내서라도 부동산을 구매해 시세차익을 보려는 개인 투자자들이 너도나도 모기지 대출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상환 능력이 부족한 개인에게도 은행들에 의해 무분별한 대출이 이뤄지고 있으며 불법으로 규제되는 아파트 계약금 대출까지 심심치 않게 벌어져 금융안정성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출 승인을 도와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중개업자들도 기승을 부려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베이징 시내에 사무실을 둔 한 중개업자는 “은행에 상주하면서 신용기준 이상의 대출을 원하는 개인에게 접근해 대출금의 3%가량을 수수료로 받고 승인을 도와주고 있다”고 WSJ에 밝혔다.
비정상적인 가계대출 확산 현상에 대해 중국 당국도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주 동안 20여개 도시 당국이 은행들에게 가계 대출 승인 기준 강화를 요청하고 나섰다. WSJ은 “중앙 금융규제 당국도 은행들이 부동산 개발업자, 각종 브로커들과 협력해 부실 가계대출이 다량 배출되는 이 낯선 상황을 제어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에서 머지않아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와 같은 대규모 디폴트가 벌어질 우려는 아직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각종 통계에 따르면 부동산 시세 대비 중국의 모기지 대출 비중은 현재 55% 수준으로 2008년 당시 미국에서의 비중 75%에는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한 관계자는 “최근 승인된 모기지 대출 중 경제상황 변동에 따라 악성으로 변할 여지가 큰 경우도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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