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활한 중재 ‘눈길’ 스타로 떠올라
이미지 실추 폭스뉴스 구원투수로
역시나 진흙탕 싸움으로 끝난 미국 대선 후보 3차 TV토론의 유일한 승자는 진행자 크리스 월러스(69) 폭스뉴스 앵커라는 평가가 나온다. 두 후보의 이전투구는 마찬가지였지만 이전 토론 진행자들보다 더 원활하게 중재자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9일(현지시간) “민주ㆍ공화 양당 후보가 12라운드의 진흙탕 싸움을 준비해 왔지만, 사회자인 월러스는 (싸움이 아닌) 토론을 원했다”면서 “사회자 월러스가 유머와 제재를 적절히 섞어가며 토론을 자기 뜻대로 이끌어 갔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24시간 뉴스 전문채널 폭스뉴스 소속 앵커가 대선 후보 토론을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월러스는 토론 내내 두 후보에게 고르게 시간을 분배하고 공정한 발언 기회를 부여했다. 또 한 후보가 과열됐을 경우 이를 강력하게 제지하면서 문제 소지를 사전에 차단했다. 그러면서도 “두 후보에게 정치적으로 민감한 질문을 던질 때는 취재기자 출신으로서의 예리한 면모가 돋보였다”고 NYT는 평가했다.
폭스뉴스의 간판앵커였던 빌 오라일리, 라디오 진행자 숀 해니티를 제치고 중도 온건 성향의 월러스가 토론 사회를 맡게 된 것도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라일리와 해니티는 보수 성향을 보여 왔기에, 이번 대선 토론 사회를 맡았다면 편향성 논란이 불가피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폭스뉴스 관계자는 “그동안 시청자들은 오라일리, 해니티의 발언을 폭스뉴스의 의견인 것처럼 인식하곤 했다”면서 “월러스가 대선 토론장에서 이런 잘못된 시각을 잘 타개했다”고 자체 평가했다.
NYT는 또 “3차 토론에서의 월러스는 폭스 뉴스의 어두웠던 과거를 밝게 만들었다”면서 “폭스뉴스가 이번 토론을 시금석으로 삼아 정통 언론으로서 이미지 회복을 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폭스뉴스는 지난 7월 당시 회장이었던 로저 에일스가 그레천 칼슨 전 폭스뉴스 앵커를 성희롱한 의혹이 제기돼 자진 사퇴하는 등 이미지가 실추된 상태다. 폭스뉴스 내부 분위기도 토론회 직전부터 이미지 쇄신 효과를 기대하며 매우 상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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