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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추잡한 여자” 클린턴 “악어의 눈물” 난타전

입력
2016.10.20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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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3차 토론회

폭주한 트럼프 거센 공세

“수백 번 거짓말 했는데도 출마

성추행 의혹에 클린턴 배후설…”

냉정한 클린턴 수성 작전

“쇠락한 공단 지지 얻으려는 시도…

가장 위험한 자가 핵버튼 쥐려 해”

美언론 최종 평가는

“트럼프 막판에 또다시 미끼 물어”

CNN조사서 52%가 “클린턴 승리”

19일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 네바다대학교에서 열린 미 대선 3차 TV 토론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오른쪽)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공방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
19일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 네바다대학교에서 열린 미 대선 3차 TV 토론에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오른쪽)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공방을 벌이고 있다. 로이터

2016년 미국 대선의 마지막 3차 토론도 상대방에 대한 막말과 비하가 난무하는 진흙탕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보는 미국 역사상 초유의 ‘선거 불복’가능성까지 암시, 파란을 예고했다.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는 19일 저녁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 네바다대학에서 3차 토론을 벌였다. 앞선 두 차례 토론에서의 패배를 만회하려는 트럼프의 거친 공격을 클린턴이 맞받아치는 구도로 진행됐다. 그러나 일부 보수 성향 매체를 제외하면 CNN과 워싱턴포스트 등 대부분 미국 언론은 이메일ㆍ클린턴 재단 의혹 등에 대한 트럼프의 공격을 냉정하게 되받아 친 클린턴을 토론의 승자로 꼽았다,

‘함량 미달’ 토론에 대한 반작용으로 1,2차 때보다 유권자 관심이 줄어든 가운데 열린 이날 토론에서 두 후보는 자신에게 불리한 의혹은 두루뭉술한 해명으로 넘긴 뒤 상대방의 약점은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행태를 보였다. 상대방이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걸 부각시키기 위해서는 막말과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트럼프는 클린턴의 최대 약점인 이메일 스캔들을 집중적으로 파고들며 대선 후보의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4성 장군은 연방수사국(FBI)에서 거짓말을 해서 5년이나 수감됐지만, 클린턴은 3만3,000 개 이메일을 고의로 삭제하고 수백 번 거짓말을 했는데도 미국 대선에 출마했다”고 몰아붙였다. 또 “힐러리는 범죄자인데 선거에 참여하고 있다. 대선 후보로 나와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토론 막판에는 ‘사회보장신용기금’ 공약을 설명하는 클린턴의 말을 자르며 “아주 추잡한(nasty) 여자”라고 퍼붓기도 했다.

클린턴도 밀리지 않았다. 그는 “핵 미사일 단추를 누르면, 발사까지는 채 4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트럼프처럼 믿을 수 없는 사람이 (핵 버튼을 쥐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트럼프가 핵 무장에 대해 말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라고 공격했다. 또 “트럼프는 역사상 가장 위험한 대선후보”라고 깎아 내린 뒤,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 근로자의 지지를 얻으려는 트럼프 진영의 행보에 대해서도 ‘악어의 눈물’이라고 비판했다. 클린턴은 “미국 근로자를 위한다지만, 트럼프는 뉴욕과 라스베이거스 빌딩 공사에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지지율 추락의 빌미가 된 성추행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클린턴 배후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저는 잘못한 게 없기 때문에 아내에게조차 사과하지 않았다. 만난 적도 없는 여성들이다. 클린턴 캠프에서 (기자회견을 하도록) 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클린턴은 "이미 지난 토론 때 트럼프가 여성에게 어떻게 했는지 들었다. 여성 기자에게 '역겹다'고까지 했다. 그는 여성을 비하하면 자기가 좀 더 커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맞받아쳤다.

미국 언론은 두 후보의 공방 가운데서도 트럼프가 대선 불복 가능성을 내비친 것에 주목하며, 트럼프를 토론에서 패배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는 물론이고 보수성향의 월스트리트저널도 ‘선거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트럼프의 모습을 미국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에서 벗어난 행태라고 비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토론 초반 침착한 모습으로 순항하던 트럼프가 또다시 막판에 미끼를 물고 말았다”고 분석했다. CNN도 토론 직후 ORC와 공동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2%가 클린턴을 승자로 꼽았고, 트럼프를 선택한 비율은 39%에 그쳤다고 전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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