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눈물범벅이었다. 소리도 내지 못하고 그저 꺽꺽대기만 하는 울음이었다. 오랜 양육권 소송 끝에 패소를 했기 때문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은 “엄마랑 살고 싶니, 아빠랑 살고 싶니?”라는 판사의 질문에 아빠라고 대답했다. “엄마랑 살면 가난해질 것 같아요. 아빠랑 있으면 학원비 걱정 안 해도 되잖아요.” 아들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십 년 넘게 전업주부로 살던 친구가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하러 다닌들 남편의 월급을 따라잡을 길은 없었다. 모자란 자신의 능력을 탓하느라, 그리고 돈 많은 아빠를 망설임 없이 짚어내는 아들의 손가락을 원망하느라 그녀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돈도 실력이야.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라고 말했다는 대통령 비선 실세의 딸을 보며 우리는 내심 “틀린 말은 아니지, 뭐” 씁쓸해 했을지도 모른다. 이사를 준비하면서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를 한동안 들락거렸는데 “이 동네 임대아파트 단지가 많다고 들었는데 분위기 괜찮을까요?” 그런 질문이 숱했다. 악플은 없었다. 어느 단지부터 어느 단지까지는 임대아파트지만 그쪽은 학군이 달라서 괜찮다, 그쪽은 안 된다, 전세라면 괜찮아도 매수는 절대 안 된다 등등 사람들은 잘도 분석을 해주었다. 금수저와 흙수저 이야기에 우리는 분하지만 수긍하고 있지 않은가. 특권 의식도 운명이고 가난도 운명이었다고 너무 오래 교육받아온 기분이다. 조그마한 전셋집으로 옮겨간 친구가, 전 남편 한 사람을 원망하는 것도 모자라 가난한 엄마를 떠난 아들까지 원망하느라 마음이 바쁠까 걱정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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