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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Pretentious Accents(2) (인위적 발음)

입력
2016.10.20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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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tentious accent’(잘난 체 하는 억양)는 발음만의 문제는 아니다. 어법이나 문법 단어의 선택을 통해서 ‘내가 당신들보다 우월하다’는 인상을 주려는 의도는 문장과 말투 제스처에서 고루 나타난다. 소위 ‘affected accent’(젠 체하는 억양)는 전혀 다른 억양을 흉내 내는 fake accent일 수도 있지만, 평소 말하는 스타일이 다소 거만하게 들릴 때도 부르는 말이다.

영국 예술 평론가 Brian Sewell의 억양은 전 세계적으로도 특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억양을 두고 ‘His accent is so unreal’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일부러 그렇게 발성하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매우 박식하고 깊이 있는 해설을 하는 점을 고려한다면 지식인 특유의 억양으로 볼 수도 있다. 유튜브에서 서웰을 검색하면 그의 독특한 억양을 들어 볼 수 있다. 서웰은 평생 그 발음으로 말했다고 하니 발음을 매우 특이하게 타고난 사례로 보인다. 초면에 몇 마디 발음만 듣고도 출신지를 가늠하는 것이 사실이긴 하다. 그러나 발음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원어민들 사이에서 어떤 평가를 받는가를 앎으로써 학습의 방향을 정할 때 참고할 수 있다. 되도록 거부감이 적고 듣기에도 거북하지 않은 발음을 찾기 위해서는 ‘affected accent’는 경계해야 한다.

흔히 ‘pretentious accent’는 대부분 영국의 RP 억양이나 posh 억양을 말한다. 왕실 영어나 BBC를 기준으로 내세운 발음이지만, 문제는 불과 2~3%의 영국인만 사용한다는 것이다. 대중성이 없는 발음은 대다수의 사람에게는 ‘폼 잡는 발음’으로 들린다. 게다가 영국만의 특징을 볼 필요가 있다. 영국에서 자동차로 서부 해안에서 동부 해안까지 여행을 해 보면 주유소나 현지 가게에서도 수백 개의 사투리 억양을 듣게 된다. 심한 경우 10마일 이내의 거리인데도 동네마다 다른 억양이 들린다. 아마도 사투리가 매우 많기 때문에 RP 발음 같은 가상의 표준을 특별히 강조했는지도 모른다. 이제 RP 억양이 하락세고 London과 주변의 Estuary Accent가 확대되는 것은 그나마 현실성 있어 다행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동북부 몇 개 지역이나 남부 사투리를 제외한다면 어느 마을에 들어가 현지인과 대화를 나눠도 거의 똑같은 억양을 듣게 된다. 불과 몇 십 마일만 가도 옆 동네와 억양이 다르다는 영국과 크게 다른 점이다. California주만 해도 거리가 770마일(1,240㎞)이나 되는데 그 넓은 지역 어딜 가나 억양 차이가 없다는 것은 대중 발음이 일정하게 자리 잡았음을 말해준다. 이는 부산에서 북한의 신의주(680㎞)를 가도 신의주에서 부산 억양을 듣는 것과 같다. California 위쪽으로 Washington주나 Oregon주까지 가도 아주 근소한 차이만 있고 서부에서 중서부 북단으로 가는 경우에도 발음이 다른 것이 아니라 식수를 ‘drinking water’라고 하고 음료수를 ‘pop’라고 하는 단어의 차이만 있다.

참고로 ‘A bad British American accent is worse than a bad American British accent’(영국 사람이 미국 억양을 흉내 내는 것이 미국 사람이 영국 억양을 흉내 내는 것보다 듣기 거북하다)라는 말이 있다. 미국 표준 억양은 이미 대중이 말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았고 영국은 가상의 이상적인 발음을 RP로 정해 놓았다는 점이 다르다. 다수가 사용하는 발음이 듣기에도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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