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0일 금융권에 성과연봉제가 도입되기 위해서는 이사회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이사회 역할론’을 꺼내 들었다.
임 위원장은 이날 열린 제5차 금융 공공기관 성과중심 문화 확산 간담회에서 “금융권에 성과중심 문화를 확산해나감에 있어 경영상 핵심적 의사 결정을 하는 이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주주를 대신하는 이사회가 회사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현명하게 판단해 경영진에 조직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권) 경영진들은 이사회가 최적의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성과연봉제 도입 등 성과중심 문화 확산에 대한 객관적 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해달라”고 당부했다.
공공기관 120곳의 경우 상당수 기관이 노조 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하며 속도를 내 지난 6월까지 전 기관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이사회 의결의 근거로는 사회 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면 노조의 동의 없이도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 가능하다는 취업규칙 지침이 활용됐다.
임 위원장은 “선진국처럼 과도한 성과연봉제를 우려하기보다 합리적 성과연봉제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민간 금융권의 조속한 성과연봉제 도입을 촉구했다.
그는 “일각에선 미국 은행 웰스파고의 사례를 들며 성과중심 문화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웰스파고의 경우 판매 목표할당량 폐지 등 성과평가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했을 뿐 성과연봉제 자체를 폐지하겠다고 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직무ㆍ성과중심 보상이 이미 정착된 선진국과 호봉제가 90% 이상인 우리와의 간극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 공공기관들에 대해선 “지난 5월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고, 성과 평과 시스템을 마련하는 등 성과중심 문화 안착에 필요한 제도 준비는 모두 완료했다”며 “새로운 제도가 내년에 차질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직원 공감대 형성, 시행 방안의 유효성 검증 등 성공적 시행여건 마련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성과연봉제 시행에 앞서 무엇보다 철저하게 준비해야 할 것은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투명한 성과평가 시스템”이라며 “성과 측정의 어려움은 우리가 극복해나가야 할 과제이지 그것이 성과연봉제를 포기할 이유가 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동욱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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