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오패산터널 인근 총격 사건]

폭발물ㆍ흉기 등 테러리스트 수준
“유튜브 영상 보고 총기 제작” 진술
SNS에 “2~3일내 경찰과 충돌
한 놈이라도 더 죽이는 게 목적”
경찰 출동 전 현장서 3차례 총격
방탄복 안 입고 조사 나섰다 참변
19일 오후 서울 강북구 번동 오패산터널에서 경찰과 일반인이 총격전을 벌인 가운데 경찰 1명이 사망하고 용의자는 현장에서 검거됐다. YTN캡쳐

서울시내 복판에서 총기 난사… 총기관리 허점 또 드러내

19일 오후 서울 시내에서 전자발찌를 훼손한 40대 성범죄자가 총기를 난사해 경찰관 1명이 숨지고 시민 2명이 부상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해 시민들이 큰 충격에 휩싸였다. 피의자는 직접 만든 총기를 16정이나 소지하고 방탄조끼까지 착용한 채 범행을 저질러, 무차별 다수 살상이 가능한 총기 위험이 현실이 되고 있다.

서울강북경찰서 따르면 사망한 번동파출소 소속 김창호(54) 경위는 이날 오후 6시 28분쯤 서울 강북구 번동 오패산터널 부근에서 “한 남성이 술에 취해 시민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성모(46)씨가 쏜 총에 맞았다. 경찰을 피해 숨어있던 성씨는 김 경위가 폭행 피해자인 부동산업자 이모(67)씨를 조사하는 사이 총 10여발을 쏴 김 경위 왼쪽 어깨 뒷부분을 맞혀 쓰러뜨렸다.

앞서 성씨는 이씨에게 총기를 발사하고, 달아나던 이씨가 쓰러지자 머리를 둔기로 여러 차례 때렸다. 이 과정에서 발사된 총탄에 지나가던 시민(71)씨가 맞아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목격자 조모(50)씨는 “범인이 사건발생 장소 인근 한 미용실에서 총 3발을 발사했고 도망가는 피해자를 뒤쫓아 둔기로 머리를 내리친 뒤 오패산 방향으로 달아났다”고 말했다. 성씨와 이웃에 살았다는 한 남성은 “이씨와 성씨가 같은 건물에 사는 세입자였고 3일 전 성씨가 이사가기 전까지 주차 문제로 갈등을 겪는 등 사이가 안 좋았다”며 “성씨가 오늘 오전 동네에 나타나 ‘오늘 큰일을 저지를 것’이라고 떠들고 다녔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성씨는 사제 총기 16정을 몸에 지니거나 가방에 넣어두고 있었다. 검거 당시 사제폭발물 1점과 기타 흉기 7점을 소지했고, 방탄 조끼도 착용한 상태였다. 테러리스트에 준하는 무장 수준으로,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한 정황을 엿보게 한다. 성씨는 경찰 조사에서 “유튜브 등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를 보고 총기를 직접 제작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을 상대로 한 혐오와 범행 의도도 드러냈다. 성씨는 지난 1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2~3일 안에 경찰과 충돌하는 일이 있을 것이다. 부패친일경찰 한 놈이라도 더 죽이고 가는 게 내 목적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전날에도 “부패친일경찰과 그 추종자가 많다” “내 동선에 맞춰 길가에 나와 담배 피우는 척하며 작전 펼치는 강북경찰서 XXX” 등 경찰을 향해 분노를 표출하는 글들이 난무했다.

반면 숨진 김 경위는 현장 출동 당시 같은 파출소 소속 경찰관 1명과 함께 있었지만 방탄복을 입지 않은 상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김 경위가 단순 폭행신고로 인지하고 방탄복을 착용하지 않은 채 현장 조사에 나섰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며 “방탄복은 순찰차에 2벌씩 비치돼 있지만 착용 의무규정이 없어 강력범죄가 아닌 이상 착용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성씨가 보유한 총기를 정밀 감식하는 한편, 총기 마련 경로와 함께 범행 동기를조사할 방침이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19일 오후 서울 강북구 오패산 터널 인근에서 경찰들이 폭행 용의자가 사제총기를 발사해 경찰관이 사망한 사건을 조사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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