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변인 역할 김경수 의원
“당시 김만복 국정원장은 없었다”
송민순 회고록과 다른 주장
16일 회의기록 존재 여부 주목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미 외교·국방 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8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민순 회고록'을 둘러싼 진실 공방의 중요 지점인 2007년 11월 16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재한 안보 관련 회의에 윤병세 외교부 장관(당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수석)이 배석한 것으로 밝혀졌다.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에 대한 정부의 기권 결정 시점이 11월 16일인지, 11월 20일인지를 두고 여야간 진실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당시 상황을 설명해줄 수 있는 새로운 증인이 나타난 셈이다. 그러나 윤 장관은 당시 구체적 정황에 대해선 직접 언급을 피하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변인격인 김경수 의원은 19일 본보 통화에서 “당시 대통령 관저에서 열린 16일 회의 배석자 중 윤병세 수석 비서관이 있었다”고 확인했다. 윤 장관이 당시 상황에 대한 ‘목격자’인 셈이지만, 윤 장관은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윤 장관이 당시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관련 회의에 참석했다”고 인정하고“결의안에 찬성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직 각료가 나서서 이 사안에 언급하는 것이 신중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당시 회의 성격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선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김 의원에 따르면, 당시 16일 회의에는 윤 수석 외에도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 이재정 통일부 장관, 백종천 안보실장, 문재인 비서실장이 참석했으며, 대통령기록비서관이던 김 의원이 배석했다. 김 의원은 “당시 회의에 김만복 국정원장은 없었다”고 했다. 김 전 원장도 본보 통화에서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송 전 장관이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서 기술한 내용과 사실 관계가 다른 것이다. 송 전 장관은 회고록에서 “11월 16일 오후 대통령 주재 하에 나와 통일부 장관, 국정원장, 비서실장, 안보실장 등 5인이 토론했다”고 적었다. 이 같은 배석자의 오류는 송 전 장관 회고록의 신뢰성에 흠집을 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16일 회의’는 송 전 장관의 회고록에 대한 여야 간 진실 공방의 핵심 쟁점이다. 송 전 장관은 당시 회의에선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대해 북한의 의견을 묻기로 했고, 이후 20일 유엔 표결에 기권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회고록에서 적고 있다. 문 전 대표 측은 16일 회의에서 노 전 대통령이 기권 결론을 내렸다는 입장이다. 이미 결론이 난 사안에 대해 북한에 의견을 물을 이유가 없다는 게 문 전 대표 측 핵심 반박 논리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8일 오전 충북 진천군 충북혁신도시 내 어린이집을 찾아 아이와 함께 장난감을 만지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참여정부 임기 말인 2007년 유엔 대북인권결의안 기권과정을 둘러싼 이른바 '송민순 회고록'이 나온 뒤 파문에 휘말렸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당시 배석하며 적은 메모가 있다”면서 “노 대통령이 ‘우리가 부담되더라도 모험이 안되게 갑시다. 외교부 장관이 양보하세요. 이번에는 기권하는 것으로 합시다’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앞서 이재정 전 장관도 “노 대통령이 ‘이번에는 통일부 장관의 의견대로 가는 것이 옳다, 이렇게 결론 냅시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반면 송 전 장관은 회고록에서 “노 대통령이 ‘방금 북한 총리와 송별 오찬을 하고 올라왔는데 바로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하자고 하니 그거 참 그렇네’하면서, 나와 비서실장을 보면서 우리 입장을 잘 정리해보라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우리는 뒤에 남아서 더 격론했지만, 결론을 낼 수가 없었다”고 적었다.

이 같은 상반된 주장에 따라 16일 회의 기록이 공개된다면, 양측 주장의 신빙성을 가르는 핵심 증거가 될 수 있다. 당시 회의록에 노 전 대통령의 ‘기권 결론’ 언급이 있다면 송 전 장관의 주장이 신빙성을 잃는 것이다. 반대로 그런 언급이 없다면 북한에 의견을 묻고 20일 기권 결정을 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수 밖에 없다.

다만 16일 회의가 비공식 회의여서 회의록이 남아 있는지 불분명하다. 회의록이 존재한다고 해도 대통령기록물이어서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열람이 가능하다. 문 전 대표 측은 지난 대선 당시 노 전 대통령의 NLL포기 발언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회의록 공개에 응했다가 사초 실종 논란으로 번져 곤혹을 치른 적이 있어 이번에는 회의록 열람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강윤주 기자,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치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