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9일 충북 충주기업도시 내 자동차 부품기업 보그워너를 방문해 생산 공정을 살펴보고 있다. 충주=연합뉴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007년 노무현정부의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과정을 공개한 ‘송민순 회고록 파문’에 거리를 두면서 민생경제 행보에 전념하고 있다. 새누리당 공세에는 “종북 타령과 색깔론으로 국정운영의 동력을 삼고 있다”며 연일 단호한 입장을 보이며 지지층 결집에 나서고 있다. 논란의 당사자로서 책임 회피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느긋한 행보를 보이는 데는 이번 논란이 대선가도에 ‘낫 배드(not badㆍ괜찮다)’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19일 회고록 파문에 대해 “호재는 아니지만 악재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새누리당의 공세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문 전 대표를 통해 지지층이 결집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야권의 다른 잠룡들은 논란에 끼어들 여지가 사라졌고, 사실상 ‘문재인 대 반기문’ 구도가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부터 색깔론에 시달려온 호남의 지지가 이번에 회복세를 보이는 것도 긍정적인 요소다.

그러면서 과거회귀적인 색깔론에 말려들기 보다, 국가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경제 행보를 부각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충주 혁신도시의 자동차부품 생산업체를 찾았다. 이 자리에서 그는 “사실관계는 충분히 다 밝혀졌다고 본다”며 “색깔론을 통한 분열의 정치, 적대의 정치, 혐오의 정치를 바로 잡는 것을 저의 정치목표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제천 농업인의 날 행사에 참석, 북한의 수재 상황을 언급하고 “쌀을 보내 인도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의 종북 공세의 소재가 될 수 있는 주장이지만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겠다는 태도이다. 그는 20일엔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를 방문한다. 이처럼 문 전 대표가 ‘마이웨이’를 하는 동안, 주변 인사들이 나서서 당시 상황을 증언해주고 있고, 새누리당 공세에 당 차원의 엄호가 뒷받침되는 만큼 직접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당 안팎에선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가 ‘기억 나지 않는다’고 논란을 회피하는 것은 위기관리 능력이 필요한 지도자로서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김경수 민주당 의원은 “유불리를 따지지 않는 문재인의 솔직함을 드러낸 것”이라고 반박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문 전 대표의 행보는 논란을 수습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보다 야권을 결집시키는 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소모적 정쟁에 거리를 두고 미래 화두를 던지겠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평했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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