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그릇에 잘 차려 먹으면 음식 맛도 좋아지는 것 같아요.”
주말부부로 지내는 최인영(32)씨는 남편과 식사를 하게 되는 주말마다 요리 실력 발휘를 한다. 그리고 예쁜 그릇에 대칭 구도로 담아낸 상차림을 사진으로 찍어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다. 최씨는 “둘 공간이 없어 식기 수집은 자제하려고 하지만 좋은 식기, 예쁜 식기에 음식을 담고 싶은 유혹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플로리스트 이지영(30)씨는 ‘그릇계 샤넬’이라고 불리는 덴마크의 도자기 브랜드 ‘로얄코펜하겐’ 식기를 모으는 게 취미다. 작은 그릇 하나도 10만원이 넘는 고가이지만 도자기 장인이 직접 그릇에 그림을 그리고, 뒷면에 자신만의 사인을 남겨놓기 때문에, 그릇 수집가들에게 인기가 높다. 특정 작가ㆍ생산 연도의 제품만을 모으는 경우도 있다. 이씨는 “공장에서 대규모로 찍어내는 그릇이 아니고 핸드페인팅이라는 특성이 있어 수집하는 재미가 있다”며 “다른 한식기, 우리 음식과도 잘 어울리고, 음식을 돋보이게 해줘서 자주 사용한다”고 말했다.
최근 ‘쿡방(요리하는 방송)’, ‘집방(집 꾸미는 방송)’ 열풍으로 주방이 새로운 놀이 공간으로 떠오르면서, 식기의 위상도 음식 담는 도구에서 ‘테이블 웨어’(식탁이 입는 옷·식탁용 식사에 이용하는 기구)로 격상되고 있다. 직접 만든 요리를 예쁜 그릇에 담아내고,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거나 그릇을 모으는 젊은 층이 늘어나고 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방용품 시장 규모는 5조원에 달하고, 이 가운데 수입산이 60% 가량 차지한다. 과거엔 해외 직접 구매를 통해 수입 식기류가 유통됐지만, 최근에는 식기 브랜드가 직접 한국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핀란드의 고급 식기 브랜드 ‘이딸라’는 지난 8월 한국 식문화에 맞춰 밥그릇, 국그릇, 찬기 등으로 구성된 한식기를 내놓았다.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제품을 출시한 것은 이딸라 브랜드의 135년 역사상 처음이다. 로얄코펜하겐도 올해 설날에 맞춰 떡국 그릇 세트를 선보였다. 성탄절 등에 한정판 제품을 출시하는 경우는 많았지만 한국 시장만을 겨냥한 제품을 내놓은 것은 이례적이다. 영국의 고급 식기류 브랜드 ‘덴비’도 미국에 이어 올해 초 두 번째 해외법인을 한국에 세웠다.
로얄코펜하겐 관계자는 “최근 새로운 소비자층으로 떠오르고 있는 20,30대가 다른 세대보다 주방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며 “인테리어와 요리에 대한 열풍까지 불면서 식기 수요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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