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포츠 출범 하루 전
국내에 ‘더블루K’ 세우고
獨서도 같은 이름 법인 설립
‘비덱’ 함께 자금유입 통로 의혹
최순실(60)씨가 실소유주인 국내와 독일 스포츠마케팅 업체 3곳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그가 K스포츠재단을 사유화하려 했다는 지적이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페이퍼컴퍼니인 이 회사들을 거쳐 공익법인인 K스포츠의 자금이 최씨 측으로 유입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이른바 ‘비선실세’ 파문은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자금 유입 의혹의 핵심 업체는 서울 청담동에 있는 ‘더블루K’다. 19일 한국일보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이 회사는 K스포츠 출범 하루 전인 올해 1월 12일 설립됐다. 당시에는 자본금이 5,000만원이었으나, 15일 후 1억원으로 늘어났다. ‘체육분야 우수인재 양성 및 발굴, 교육, 훈련’, ‘올림픽메달 은퇴선수 기량 활용 및 교육사업’ 등의 사업목적은 사실상 이 회사가 K스포츠의 축소판임을 보여준다. 등기부등본상으로는 조모(57)씨와 최모(56)씨가 전ㆍ현 대표이지만, 최씨가 ‘회장님’으로 불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가 이 회사의 실제 주인임을 보여주는 정황은 또 있다. 이 회사는 2월 29일 독일에도 같은 이름의 현지 법인을 세웠는데 최씨가 지분 100%(2만5,000유로 상당 주식)를 보유하고 있다. 최씨 모녀가 대주주인 독일의 페이퍼컴퍼니 ‘비덱 스포츠 유한회사’와 주소지도 같다. 설립 초기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활동하는 박승관 변호사가 관리자였는데, 그는 비덱에서도 같은 역할을 맡았던 인물이다. 현재 관리자는 한국 더블루K의 사내이사인 고영태(40)씨로, 펜싱 국가대표 선수 출신인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들고 다녔던 가방을 만든 업체 대표이기도 하다.
고씨는 지난 6월 14일 독일 법인 관리자로 등록됐다. 그보다 하루 전인 6월 13일 비덱이 올 봄 인수한 현지의 3성급 호텔을 재개장했다. 이 호텔은 숙박 예약이 전혀 불가능해 승마선수인 최씨의 딸 정유라(20)씨와 그의 훈련을 돕는 현지 인력의 숙소로 쓰였다는 의심이 일고 있다. K스포츠와 더블루K가 설립 시기가 겹치고 정씨에 대한 지원업무를 위해 함께 움직인 정황을 보여준다. ‘국내 더블루K→독일 더블루K→비덱’으로 자금이 흘러들었는지 여부가 관심사다.
또 K스포츠의 노숭일 부장과 박헌영 과장은 오전에는 재단으로 출근한 뒤, 오후에는 더블루K로 이동해 업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의 심복으로 지목되고 있는 이들은 정씨의 독일 생활을 돕기 위해 훈련장이나 숙소 등을 알아보는 역할까지 맡았다고 한다. 송기석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 13일 국정감사에서 “더블루K는 출범 4개월 만에 아무런 실적이 없는데도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하는 공공기관인 GKL과 ‘장애인 휠체어 펜싱팀’ 전지훈련 업무대행 계약을 맺었다”며 “K스포츠의 자회사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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