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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용어 ‘나무(南無)’는 ‘돌아가 의지한다(歸依)’는 뜻이다. 그러므로 예전 어르신들이 끔찍한 일에 맞닥뜨렸을 때 나직이 읊조리던 염불 ‘나무 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은 아미타불과 관세음보살께 귀의해 구제를 바라는 염원을 담았던 셈이다. 대중들이 그 이름만 지성으로 불러도 왕생한다는 서방정토의 주인 아미타불은 절의 극락전이나 무량수전에 본존불로서 불단 가운데 봉안되는 부처다. 관음보살은 대개 그 아미타불을 왼쪽에서 보좌하는, 부처보다 한 단계 낮은 보살이지만 대중들에게는 아미타불에 못지않은 숭배의 대상이었다.
▦ 관자재보살로도 번역되는 관음보살의 의미는 ‘세상의 모든 소리를 살핀다’는 뜻이다. 그런데 산스크리트 원어인 ‘아바로키테슈바라’의 의미는 ‘관자재(觀自在)’곧 소리뿐 아니라 ‘세상 모든 것을 자유자재로 관조하여 보살핀다’는 뜻이라고 한다. 현세의 대중을 이롭게 보살피는 보살이기 때문에 기복신앙 맥락에서 폭넓게 숭배됐을 가능성이 크다. 관음보살에 대한 오랜 대중적 숭배는 보살을 형상화한 정형적 불화 양식을 형성했다. 그중 하나가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다.
▦ 중국 당송시대 이후 도법이 확립된 수월관음도는 인도 보타락가산(山)의 금강보석 위에 반가부좌를 한 채 물에 비친 달을 보며 명상에 든 관음보살에게 선재동자가 찾아가 진리를 구하는 장면을 기본으로 한다. 적막한 어둠, 은은한 달빛, 신비롭게 빛나는 관음보살 모습을 형상화했다. 고려시대 수월관음도는 석채(石彩)의 우아한 색조, 화면 뒤에서 칠해 안료가 앞으로 배어 나오도록 하는 복채법, 금박가루를 아교풀에 갠 금니의 효과 등에 따라 드높은 격조와 화려함을 겸비해 국제적으로도 최고 수준의 종교화로 인정받아 왔다.
▦ 고려 수월관음도는 전 세계에 46점이 남아 있다지만, 국내에 있는 건 5점뿐이다. 많은 작품들이 왕조시대 교류 품목으로, 또는 일제강점기 수탈로 국외 반출됐기 때문이다. 나라 밖을 떠돌던 귀한 수월관음도 한 점이 최근 국내로 돌아왔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지난 봄 일본 소장자로부터 25억원에 사두었다가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것이다. 14세기에 제작된 이 작품은 보관함에 중국 원나라 불화가 장사공이 그린 것으로 돼 있으나, 여러 특성 상 고려 때 국내 제작된 것으로 판정됐다. 윤 회장의 공덕이 크다.
장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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