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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드라마 자회사 '방송 황소개구리' 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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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드라마 자회사 '방송 황소개구리' 될라

입력
2016.10.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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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에 지상파 3사서 방송… 12월 tvN ‘도깨비’ 까지

CJ E&M 자본력 등에 업고 시장 잠식… ’골목 상권 침해’ 비판도

CJ E&M의 자본력을 등에 업은 드라마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은 이달부터 12월까지 KBS2 '공항가는 길'(사진 위부터)과 MBC '캐리어를 끄는 여자', SBS '푸른 바다의 전설', tvN '도깨비'를 잇달아 선보인다. KBS·MBC·SBS·tvN 제공
CJ E&M의 자본력을 등에 업은 드라마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은 이달부터 12월까지 KBS2 '공항가는 길'(사진 위부터)과 MBC '캐리어를 끄는 여자', SBS '푸른 바다의 전설', tvN '도깨비'를 잇달아 선보인다. KBS·MBC·SBS·tvN 제공

안방극장에서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는 배우 김하늘과 최지우, 출산 후 내달 연기 복귀를 앞둔 전지현에겐 공통점이 하나 있다. 세 배우는 모두 같은 제작사에서 기획한 드라마에 출연한다. KBS2 월화드라마 ‘공항 가는 길’(김하늘)과 같은 시간대 방송되는 MBC ‘캐리어를 끄는 여자’(최지우)를 비롯해 SBS 수목드라마 ‘푸른 바다의 전설’(전지현)은 모두 신생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에서 만들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CJ E&M이 지난 5월 드라마 사업본부를 분리해 만든 회사다. 이 곳에서 만든 세 드라마가 내달 공교롭게 KBS, MBC, SBS에서 각각 전파를 탄다. ‘케이블 공룡’의 자회사가 만든 드라마가 지상파방송까지 파고든 것이다.

스튜디오드래곤이 드라마 시장의 ‘황소개구리’가 되고 있다. 대기업의 막대한 자본을 등에 업은 제작사의 등장으로 중·소 독립제작사들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CJ E&M이 650억원을 들여 유명 드라마제작사 화앤담픽쳐스와 전지현 등이 소속된 문화창고를 인수한 뒤 스튜디오드래곤의 자회사로 만들어 독과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독립제작사들은 일단 ‘편성 배제’를 걱정하고 있다. 편성권을 쥔 방송사가 자회사의 드라마에 더 우호적일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CJ E&M은 스튜디오드래곤이 제작에 참여한 드라마 ‘또 오해영’과 ‘굿 와이프’를 자사 대표 케이블채널인 tvN에 연달아 방송했고, 12월엔 공유가 주연한 드라마 ‘도깨비’까지 편성했다.

KBS가 지난 8월 드라마 제작사인 몬스터 유니온을 출범시키면서 불공정 경쟁에 대한 독립제작사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올해 지상파에 드라마 한 편을 편성 받은 한 독립제작사 대표는 “내년 방송 편성을 하나도 잡지 못했다”며 속을 태웠다. 안인배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 회장은 “거대 방송사가 자회사를 통해 드라마와 예능 제작에 나서면 독립제작사는 설 자리가 없어지고 방송산업 발전은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덕재 CJ E&M 미디어콘텐츠부문 대표는 “(몸집 불리기는)해외 시장에서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봐 달라”고 말했다.

방송사의 자회사 ‘일감 몰아주기’를 견제할 수 있는 법적 제재마저도 없다. 방송사의 자회사 같은 특수관계사의 외주제작 비율 제한이 지난해 폐지됐기 때문이다. 방송사의 외주 제작 프로그램 의무 편성 비율도 40%에서 올해 35%로 줄었다. 종합편성채널(종편)을 제외한 유료채널에선 외부 제작 프로그램의 의무 편성 책임도 없다. 독립제작사들은 악조건 속에서 대형 방송사의 자회사와 경쟁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다. KBS는 “독립제작사와의 공동제작을 통해 다양한 상생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편성 비율 조율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방송가에선 독립제작사의 프로그램 편성 비율을 일정 수준으로 보장해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방송에서도 ‘골목 상권’을 보호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케이블 공룡’이 된 tvN의 경우 방송법상 외부 제작 프로그램 편성 의무화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만제 원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영국 공영 방송사 BBC는 순수 외주 프로그램을 전체 편성의 25%로 보장한다”며 “또 다른 25%는 독립제작사 프로그램과의 경쟁을 통해 편성을 확정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방송산업에서)창의적 경쟁을 유도하는 제도인 만큼 참고해 볼 만 한 사례”라고 주장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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