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이 대기업으로부터 모금한 돈이 K스포츠재단을 통해 최순실씨 모녀에게 유입된 정황이 드러났다.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 배후에 최씨가 있다는 의혹이 줄곧 제기됐지만 이번 경우는 관련 자료와 증언 등 물증이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형적 ‘권력형 게이트’로서의 형체가 뚜렷해지고 있다.

새로 제기된 의혹의 핵심은 올 초 K스포츠재단이 출연 대기업 중 한 곳에 다시 접촉해 80억 원대 투자를 제안했는데 이 사업 주관사가 최씨 모녀가 세운 독일의 스포츠마케팅 회사라는 것이다. ‘비덱스포츠’라는 이름의 이 회사는 직원이 한 명뿐인 사실상의 ‘페이퍼 컴퍼니’로 그 직원은 최씨의 딸인 승마 선수 정유라씨의 독일인 승마 코치라고 한다. 이 회사는 설립 취지와 무관하게 3성급 호텔도 운영하고 있다. 호텔은 정씨의 승마 훈련을 돕는 지원 인력의 숙소로 쓰이고 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최씨가 설립한 또 다른 회사인 ‘더블루K’도 K스포츠재단의 지원을 받은 의혹이 짙다. 재단 직원들이 더불루K 직원을 겸하면서 독일에서 승마 훈련을 하는 정씨를 지원했다고 한다. 한국과 독일의 더불루K 이사를 동시에 맡고 있는 인사는 박근혜 대통령이 들고 다닌 가방을 만든 회사 대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정황으로 보아 K스포츠는 말이 공익재단이지 실제로는 최씨 모녀 뒷바라지를 위한 조직이나 다름없다. 이런 기구를 만들려고 대기업들을 윽박질러 거액을 모았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

그런데도 청와대나 정부 부처는 납득할 만한 아무런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은 미르ㆍK스포츠재단의 의혹이 불거진 직후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이라는 한 마디만 하고서는 지금까지 일절 언급이 없다. 최씨는 박 대통령의 오랜 ‘비선 실세’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런 인사가 대기업과 정부를 주물러 사익을 취했다면 대통령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이제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민에게 소상히 밝혀야 할 때다.

검찰도 청와대 눈치만 보고 있을 게 아니라 신속히 의혹을 파헤쳐야 한다. 만약 K스포츠재단의 돈이 최씨 회사에 흘러갔다면 횡령과 배임죄에 해당한다. 비덱의 호텔 구입을 당국에 신고하지 않았을 경우 최씨는 외국환거래법 위반이 된다. 범죄 개연성이 높은 사건을 두고 “언론에 나오는 의혹을 스크린하고 있다”는 검찰의 소극적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의혹을 적당히 뭉갤 수 있는 단계는 이미 넘어섰다. 검찰 수사든, 국정조사를 통해서든 의혹의 전모를 서둘러 밝혀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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