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호 “송민순 회고록 기억 아닌 기록”
민주당 “사견 불구 부적절 발언” 비난
이병호(가운데) 국정원장과 김진섭(왼쪽) 1차장, 최윤수(오른쪽) 2차장이 19일 서울 내곡동 국가정보원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 개회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일보

이병호 국정원장이 19일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이 “기억이 아니라 기록이라고 본다”며 “근거를 가지고 치밀하게 구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가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앞서 북한의 의견을 물은 뒤 기권을 결정했다는 송 전 장관의 회고록 내용이 사실이라고 밝힌 것이다. 이 원장이 “근거 자료를 본 것은 없다”면서도 “개인적 생각으로는 맞다”, “진실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는 표현으로 사실관계를 놓고 정치권이 첨예하게 맞서는 현안에 여당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국정원이 다시 한번 현실정치에 개입하고 있다는 우려와 비판이 따른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 내곡동 국정원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국정감사에서 “회고록이 구체적이고 사리에 맞기 때문에 사실이나 진실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고 여야 정보위 간사들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 원장은 2007년 당시 백종천 청와대 외교안보실장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북한 의견을 담아 보고했다는 ‘쪽지’에 대해 “정보 사안이기 때문에 NCND(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것) 원칙이 적용돼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진상에 관해 알려질 일은 다 알려졌다”고 부연하는 것으로 진위 논란을 사실상 일축했다. 또,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대한 기권 결정한 시점도 “(야당이 주장하는 16일이 아닌)최종 20일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2007년 북한 의견을 묻기로 한 제안은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이 처음 내놨으며, 이를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던 문 전 대표가 수용해 결론을 낸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고 여당 간사인 이완영 의원이 전했다. 이 원장은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앞서 북한의 의견을 구하는 게 옳으냐’는 여당 의원들 질문에 “정말 어처구니없고 상상을 초월하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간사인 김병기 의원은 “이 원장이 일관되게 개인적으로,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그렇다고 (전제를 달아) 말했다”며, 그의 발언이 사견임을 강조했다. 이 원장은 “정치의 정(政)에도 다가서지 않으려 하는데 이런 논란에 국정원이 휘말리는 것은 극히 부적절하다”고 말했다고 김 의원은 전했다.

하지만 이 원장은 “국감에서의 답변은 사견일 수 없다”는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지적에는 “이게 답변이다, 사견일 수 없다”고 말해, 논란을 자초했다.

문 전 대표의 최측근 인사는 “국정원의 제2의 대선개입이며, 정권연장의 음모라고 본다”고 맹비난했다. 대변인 격인 김경수 의원도 “대다수 국민들은 2012년 대선 당시 국정원이 벌인 대선개입 망동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며 “국정원이 또 다시 대선판에 뛰어든다면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 전 대표 측은 또 송 전 장관 회고록 내용 중 사실관계가 어긋나는 대목을 지적하며 반격에 나섰다. 김경수 의원은 “당시 16일 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우리가 부담이 되더라도 모험이 안 되게 갑시다. 외교부 장관이 양보하세요. 이번에는 기권하는 것으로 합시다’고 결론을 내렸다”며 “당시 회의에 저도 배석했고, 노 대통령의 발언을 정리한 메모도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회고록에는 16일 회의에 김만복 국정원장이 참석했다고 기술돼 있는데, 실제로 김 원장이 아니라 통일외교안보 수석인 윤병세 외교장관이 자리에 있었다”며 “회고록이 다 진실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문 전 대표측 다른 인사는 “2007년 7월 아프가니스탄에서 교인들이 납치된 샘물교회 사건에서 외교부가 잘 할 수 있다고 해서 시켰는데, 결국 해결 못했고, 그래서 국정원으로 이관됐다”며 “회고록에는 이런 얘기가 없다”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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